[데스크라인]이제는 미래를 준비하자

 최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식어는 IT강국이다. 이제는 보통명사가 돼 버렸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전자정부 구현 수준은 이미 세계 정상급이다. 행자부가 내놓은 ‘전자정부 구축 차세대 전략’대로라면 서비스 활용률이 2012년에는 90%에 이를 전망이다. 또, 한국전산원이 발간한 ‘2006 국가정보화백서’에 따르면 국가정보화 수준이 2005년에 이어 2006년에도 세계 3위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181개국을 대상으로 디지털기회지수(DOI)를 평가한 결과 우리나라가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UN의 전자정부 준비 지수도 2년 연속 5위에 올라가는 등 IT 각 부문에서 정상의 위치에 있다. 와이브로나 지상파·위성DMB 서비스 등은 우리가 세계를 이끌고 있다.

 이처럼 지금은 세계 최고 수준의 IT강국이지만 IT코리아의 앞날은 희망보다는 절망이 가득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의 정보화 수준이 참담할 정도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최근 ‘거꾸로 가는 u스쿨’이라는 본지 탐사보도를 통해 밝혀진 초등학교 IT인프라는 낙후 그 자체였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게 IT환경이지만 학교는 제자리걸음도 모자라 후퇴하고 있다. IT분야는 지금 ‘웹2.0 시대’를 맞고 있는데 학교는 ‘1.0의 그물’에 갇혀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노후PC(펜티엄1, 2, 3)가 24만여대로 전체의 38%를 웃돌았다. 각종 영상기기는 백화현상으로 제대로 안 보이는 것은 물론 내구 연한이 넘은 기기가 넘쳐난다. 게다가 쓸만한 콘텐츠 또한 태부족이다. 학생들의 눈높이는 한참 높아졌는데 이런 인프라로 어떻게 인재를 키우겠다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학생들의 흥미는 떨어지고 창의성을 기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학습이 이루어질 리 없다. 이것이 우리나라 초등학교 정보화 교육 인프라의 현주소이다.

 2001년 학교정보화 및 교단선진화 프로젝트 관련 사업·예산 권한이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이관 후 상황은 더 악화됐다. 지자체는 정보화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지방채 발행으로 ‘임시 변통’하지만 빚더미에 앉게 됐다며 울상이다. 사정이 이러니 지자체의 학교정보화 마인드가 없다고 힐난할 처지도 못 된다. 지방교육청의 예산 80%가량을 중앙정부가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 비율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백년지대계의 첫걸음이 이럴진대 IT강국의 앞날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다.

 지표나 지수가 선진국형으로 진입했다는 ‘소식’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 이젠 초심으로 돌아가 기초부터 새롭게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잘 갖춰진 학교의 IT인프라가 경쟁력의 핵심이고 인재 양성의 첨병이란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선생님, 그냥 읽어 주세요”라는 초등학생들의 얘기를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정보화에 필요한 예산이 부족하면 정부도 융통성을 발휘, 다른 부문의 예산을 전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찾아봐야 한다. 인프라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줄줄이 쏟아내는 다양한 교육정책은 헛구호에 불과하다. 학교정보화의 주체인 지자체도 요란한 구호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을 놓고 숙의를 해봐야 할 것이다.

 이동통신기업이나 게임·인터넷기업들도 이제 학교정보화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동안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사업을 해 오면서 많은 부작용을 노출, 사회적으로 지탄이 대상이 됐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윤을 사회에 환원한다면 당연히 학교에 대한 투자가 첫 번째가 돼야 한다. 학교정보화에 이들 IT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세계 IT최강국인 대한민국의 학교정보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이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모르고 있다면 문제지만, 이제 알았으니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높은 ‘현실의 벽’을 허물고 미래의 동량들에게 진정한 ‘IT강국’의 유산을 물려줄 방안을 우리 모두 진지하게 고민해보자.

j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