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가 운영하는 각종 위원회 중 상당수가 유명무실하거나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자부 산하 전체 28개 위원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개 위원회가 지난해 전혀 회의를 하지 않았고, 13개 위원회는 단 한 차례만 회의를 했다고 한다. 전기위원회·무역위원회 등 몇 개의 위원회를 제외하면 대부분 위원회가 체면치레용으로 한두 번 모임을 갖는 정도에 그친 셈이다. 무려 전체 위원회의 3분의 2가량이 개점 휴업상태에 있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지난해 11월 본지가 산자부의 위원회 운영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는데도 개선될 기미가 없는 것을 보면 정부가 위원회의 부실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우리는 위원회의 부실 운영이 단지 산자부만의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정부 각 부처가 주요 정책 결정 또는 사업 추진 시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자문하기 위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나,정책 목표가 변경되거나 새로운 정책 과제가 부상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방치하는 사례가 많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게다가 이들 위원회는 대부분 법령에 따라 설립 근거가 마련돼 정비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이대로 방치하면 법령상으로만 존재하는 위원회가 양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각종 위원회가 정부의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한 도구로만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각종 위원회가 실속있게 운영되려면 정책 환경의 변화 추세에 맞게 기존 위원회를 통폐합하고 운영방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우선 정부 각 부처가 위원회의 운영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시급하다. 각 본부 또는 팀 단위에서 위원회를 앞다퉈 만드는 바람에 장관이 부처 내 위원회 운영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본다. 실태를 파악한 후 통폐합 필요성이 제기되면 관계 법령의 개정을 통해서라도 위원회를 재정비해야 한다. 실무형 인사를 위원장에 전진배치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범정부 차원에서도 위원회 운영실태에 관한 조사가 한 번쯤 이뤄져야 할 때다. 현재 행자부가 위원회 활성화 지침을 두고 있고 각 부처 역시 관련 조정 및 정비 계획을 마련하고 있으나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위원회 설립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실태조사와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 행자부나 국무조정실 등 책임 있는 부처들이 나서주면 좋을 것이다.
차제에 위원회 제도 자체의 실효성 문제도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위원회는 민간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정책에 반영한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법령에 따라 설립된다는 점에서 경직성을 띨 수밖에 없다.
위원회의 경직성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위원회 설립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동시에 전문가 협의체나 태스크포스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법령 제정이나 개정을 통해 위원회를 남발하는 것 보다는 탄력적인 운영이 가능한 협의회 체제나 태스크포스 방식의 도입을 통해 정책 결정의 프로세스를 바꾸는 방안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전문가기고] 텅스텐, K방산 및 K반도체의 약한 고리
-
2
[ET시론]대한민국 AI의 심장, AI 데이터센터
-
3
[데스크라인] 폐쇄적 정책의 후과
-
4
[사설] 금융사 보안공시에 파격 인센티브 주라
-
5
[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104〉인공지능 시대의 문해력
-
6
[사설] 구글 제재, 앱 생태계 회복 출발점돼야
-
7
[기고] 세계 6위 국력의 이면, 글로벌 R&D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
-
8
[GEF 스타트업 이야기] 〈89〉기부 시장의 '매슈 이펙트'와 컴포저블 거버넌스의 시대
-
9
[기고] 과징금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예방이다
-
10
[부고] 박정훈(서울 송파갑 국회의원)씨 부친상
브랜드 뉴스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