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업계 취업난 `난 이렇게 뚫었다`

 지난 해 대학졸업자 4명에게 돌아가는 일자리가 하나 뿐이었을 정도로 청년 취업난은 심각하다. 이는 애니메이션 관련학과 재학생들에게도 가장 큰 고민거리. 하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졸업과 동시에 원하는 직장에 입사한 성공사례들도 있다. ‘오드패밀리’로 유명한 3D애니메이션 업체 삼지애니메이션에 입사한 이진희(25), 태권브이를 부활시킨 로보트태권브이에 입사한 곽기혁(28), 게임업체 엠게임에 입사한 최동욱(27)씨 등으로부터 성공의 비결을 들어봤다.

◇탄탄한 기초가 무기=세 사람 모두 애니메이션 관련업체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기초가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3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졸업후 태권브이에 입사한 곽기혁씨. 그는 “한 장면만 열 번도 넘게 그리면서 졸업작품을 3년 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휴학을 하면서 부족한 기초를 다진 결과 졸업작품으로 2007년 대학생 애니메이션 대상전 장려상을 수상했다. 10분 30초 남짓한 그의 작품에 반한 업체들의 취업 제의가 이어졌다. 지난 2월 한성대 영상애니메이션학과를 졸업하고 엠게임에 입사, 신개발 게임의 원화를 맡고 있는 최동욱씨. 중학교 때부터 대학교 1학년때까지 만화가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며 착실히 쌓은 기본기를 최대 무기로 꼽았다.

지난해 말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애니메이션학 졸업반 학생으로 삼지애니메이션에 입사한 이진희씨도 2편의 졸업작품에 애니메이터로 참여했다. 그는 “이 때 경험을 바탕으로 열흘 간 밤샘작업한 포트폴리오에서 기본기를 보여줘 입사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선택과 집중이 비결=이들은 한결같이 “주변의 말을 듣기보다는 하고 싶은 목표를 정해 그에 맞는 경험을 쌓아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진희씨는 대학 때 워크샵에 참여한 이후 삼지애니메이션을 목표로 삼아 이 회사에만 원서를 냈다. 이를 겨냥한 포트폴리오를 기초부터 준비한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 최동욱씨도 여기저기 이끌려 다니기보다는 누가 봐도 ‘저 사람의 무기는 저거다’ 할 만한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이른바 ‘한우물 파기론’을 강조했다. 곽기혁씨도 탄탄한 기본기 덕에 대학 시절부터 여러 애니메이션업체에서 원화 쪽으로 제의가 들어왔지만 결국 자신의 작품 성향과 가장 잘 맞는 로보트태권브이에 입사했다.

◇조급함은 금물=애니메이션 관련학과 재학생들이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 공모전 수상이다. 크든 작든 공모전에 수상하면 자신들이 실력있는 감독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자만심이 크다 보면 업체에 입사한 이후에도 제 역량을 발하기도 전에 지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곽기혁씨는 “일본에서 열린 공모전에서 수상한 후 자신감에 불탔지만 결국 졸업작품을 진행하면서 기초가 부족한 지 여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늦어진 졸업에 심적인 부담도 컸지만 결국 차근차근 자신이 목표로 한 퀄리티의 작품을 내놓고 이것이 입사의 디딤돌이 됐다.

이진희씨 역시 자신이 감독을 한 작품은 없지만 오래 걸리더라도 자신있게 내놓을 작품을 만들 초석을 쌓는 기분으로 각각의 프로젝트에 임했다고 밝혔다. 그의 이런 태도가 팀워크를 중시하는 회사 문화와 맞아 떨어져 입사로 이어졌다.

갓 입사해서 회사 생활이 마냥 즐겁다는 이들. 언젠가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작품을 세상에 내놓겠단 큰 꿈을 마음에 품고 내딛은 첫걸음은 성공적으로 비친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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