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능요원 비리` 막을 수 없었나

 ‘처음부터 몰랐을까, 아니면 모른 척했던 걸까?’

 병역대체복무제도(산업기능요원제도)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제기된 의문 중 하나는 과연 당국(병무청)에서 이 같은 상황을 전혀 예견하지 못했느냐는 것. 오래 전부터 전문성과 무관한 이들이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해 왔고, 이에 대한 문제점 지적도 적지 않았는데도 이렇다 할 대책도 없이 갑작스럽게 ‘지원 중단’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허술한 제도가 악용사례 양성=당국의 산업기능요원에 대한 부실한 배정 및 관리는 이미 수년 전부터 악용 소지가 많다는 우려를 낳았다. 실제로 상당수 IT업체는 이런 맹점을 이용하려는 이의 청탁에 시달려온 게 사실이다. 한마디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출신을 병역특례 대상으로 선발해 IT분야에 배정해도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게 이번 사건의 골자다.

 이런 관행은 산업기능요원들이 배정 업체의 일반 업무와 완전히 동떨어진 업무수행 태도를 보여온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결근이 잦고 업무도 불규칙해서 동료로부터 원성을 사기 일쑤”라며 “왜 우리 회사에 다니고 있는지조차 불분명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당국이 산업기능요원들의 관리에 관심을 가졌더라면 이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사만 제대로 했더라도=산업기능요원 정원(TO)이 거의 없는데도 수십명씩 병역특례자를 채용하는 기업에도 당국은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다. 병무청 확인결과 선두 게임업체로 매출이 2000억원에 육박하는 대형 벤처 N사 한 곳에만 산업기능요원 근무자가 46명에 달했다. 중소 IT기업 한 곳이 한 명의 산업기능요원 배정받기도 힘든 상황을 감안하면, 처음부터 이 같은 제도가 왜 존재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라는 것. 벤처기업 출신의 또다른 N사 역시 산업기능요원을 휩쓸어가 관련업계의 눈총을 샀다. 병무청이 파악한 N사의 산업기능요원은 2명. 이에 대해 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관계자는 “병무청이 N사 자회사로 간 숫자를 파악하지 못한 것 뿐”이라며 “내가 아는 것만 두 자릿수를 넘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산업기능요원으로 채용해달라는 청탁도 연간 줄잡아 수십 건에서 수백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정부 고위관료와 관련된 건도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것이 통념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공공기관 청탁 전화를 열 번 이상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중단보다는 보완해야=전문가들은 제도 보완으로 상당수 비리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산업기능요원을 채용한 대다수 선량한 기업들도 ‘왜 대안을 제시하지 않느냐’며 중단보다는 제도 보완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검토할 수 있는 대안도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산업기능요원 배정업체를 추천해온 기관의 한 관계자는 “워드프로세서 등 몇 개월만 공부하면 딸 수 있는 자격증이 아니라 실제로 업무에 도움되는 자격증 소유자에게만 기회를 준다든지 또는 유관 분야 전공으로 몇 학점 이상을 이수한 학생에게만 기회를 준다면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 관계자도 “특례업체 간 TO와 근무 현황을 전산화해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1년 후 전직제도 등 병역특례를 악용할 수 있는 허점을 철저히 파악해 병무청 스스로 제도 시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진호·김준배·류현정기자@전자신문, jholee@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