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짜폰 경쟁이 불붙은 휴대폰 시장에 때아닌 복고 바람이 불었다. 2000년 초기에 도입한 cdma2000 1X 칩세트를 탑재한 단말이 호황이다. 모 시장 조사 기관에서 발표한 4월 단말 판매 랭킹 10위에 1X 단말이 3종이나 이름을 올렸다.
3세대 WCDMA 분야도 다르지 않다. KTF는 4월 34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유치했지만 그중 10만명이 넘는 가입자가 무선인터넷을 지원하지 않는 이른바 ‘논위피폰’을 구매했다. 이 단말은 최고 다운로드 속도가 384Kbps에 불과한 WCDMA R4 칩세트를 탑재했다. 동기식 EVDO보다 되레 다운로드 속도가 떨어진다. KTF는 앞으로도 저가폰 구색을 확대하기 위해 R4칩 탑재 단말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최대 14.4Mbps 다운로드 속도를 지원하는 3.5세대 HSDPA 네트워크를 세계 최초로 구축했다는 자부심이 무색할 정도다.
물론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저가폰이 필요하다. 한 가지 의문은 왜 하필 3.5세대에 접어든 시기에 저가폰 이슈가 불거졌냐는 점이다. 2G 때만 해도 DMB, 주문형비디오(VoD)로 무장한 고가폰 판매 경쟁에 몰두하던 사업자들이 이제서야 ‘고객선택권’이라는 논리를 들고 나온 것은 왠지 궁색해 보인다. 가입자 경쟁에 몰두하다 보니 보조금 지급 규모를 줄일 수 있는 저가폰이 필요해진 것은 아닌가.
문제는 무선인터넷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꼽아온 이통사의 미래다. 휴대폰의 성능이 떨어지니 향후 고성능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확률은 떨어진다. 게다가 일부에서는 ‘무선인터넷 미지원’ 기능이 마치 청소년들의 통신과다 사용을 막을 대안처럼 홍보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이통사들이 ‘요금 과다’라는 무선인터넷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해도 시원찮을 판에 스스로 함정을 파니 자가당착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서비스 경쟁, 설비 경쟁이라는 이통 서비스 본원 경쟁을 되새겨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비스 경쟁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순증 가입자 유치로 순간의 달콤함을 제공하는 저가폰 경쟁이 언젠가는 독화살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이통사들은 다시 한번 주지해야 한다.
김태훈기자·u미디어팀@전자신문, tae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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