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소프트웨어(SW) 분리발주 가이드라인을 확정해 5월 시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공공기관이 전산 프로젝트를 외부에 용역줄 때 하드웨어(HW)·SW·시스템통합 중 SW만을 따로 떼어내 발주하는 ‘SW 분리발주’는 그동안 국내 SW업체들이 오랫동안 염원하던 것이었다. 그만큼 이 제도에 거는 국내 SW업체들의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발주기관은 물론이고 IT서비스 업체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IT서비스 업체들은 매출 저하가 불가피하고 시스템 장애 시 책임이 고스란히 돌아올 것을 염려해 이 제도 도입을 줄곧 반대해왔다. 올해 들어 정통부가 이 문제를 들고 나왔을 때 IT서비스업체와 SW업체들이 첨예하게 대립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통부는 이번에 가이드라인을 시행하면서 “정보시스템의 대형화·고도화로 시스템 품질 확보가 더욱 중요시돼 분리발주를 더는 늦출 수 없다”고 밝혔다. 정책 도입 취지에 맞게 업계 관행을 고쳐나가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사실 그동안 SW를 일괄발주하면서 적지 않은 부작용이 빚어졌다. 분리발주보다 일괄발주를 하는게 관행이 되면서 SW업체들이 IT서비스업체들에 종속되는 사례가 많았다. 당연히 SW업체들이 IT서비스업체에 종속돼 하도급업체로 전락, 대형화에 걸림돌이 됐다.
이런 부작용을 없애고 SW업체를 육성하기 위해 정통부는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10억원 이상 공공기관의 정보화 사업중 5000만원 이상인 SW는 분리발주를 하도록 명기했다.
이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면 SW업체들의 경영개선에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선결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소재가 더욱 분명해야 한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이번 가이드라인도 SI업체와 솔루션 업체 간에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시스템 사고 원인은 워낙 복잡하고 또 정확히 규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과연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시스템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를 정확히 가릴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측면이 있다. 책임소재를 놓고 SW업체와 IT서비스 업체 간에 소송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SW 분리발주는 영세한 국내 SW업체의 사기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SW 하나만으로도 세계 시장에서 매출 1조원을 올리는 기업이 여러 곳 된다. 하지만 우리는 가장 큰 SW기업의 연간 매출이 600억∼700억원밖에 안된다. 국내SW 업체의 대형화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이번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SW 분리발주가 기존의 잘못된 수주관행을 전부 고칠 수는 없다. SW는 하나의 문화이고 생태계다. 정부와 업계의 노력은 물론이고 제값 주고 SW를 사는 소비자의 행태도 필요하다. 정부·업계·소비자 모두 SW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제대로 대접해주는 것이 SW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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