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LGT 기지국 로밍 재협상 돌입

 KTF와 LG텔레콤이 2G 무선 기지국 로밍 재협상에 돌입했다. 당장 로밍 중단 등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KTF의 점진적인 3G망 이전으로 인한 LG텔레콤의 자가망 구축 부담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또 지난해 한 차례 불거졌던 LG텔레콤의 SK텔레콤 800㎒ 기지국 로밍 요구도 다시 거론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F와 LG텔레콤은 최근 두 회사 간 무선 기지국 로밍에 관한 네트워크 분과협의회를 시작했다. 지난달 말과 이달 초 두 차례 회의를 통해 KTF 무선 기지국의 네트워크 트래픽 상황의 기초적인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KTF는 LG텔레콤 측에 e메일과 정식 공문을 발송해 3G망으로의 이전 계획과 이에 따른 2G 로밍 축소 가능성 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간 협상은 지난 2003년 로밍협정 체결 이후 가장 중대한 변화를 암시하는 것으로 앞으로 파장이 주목된다.

 ◇상황에 대한 공유가 우선=양사는 조만간 3차 협상에 들어간다. 안건은 크게 세 가지다. △로밍 상황에 대한 정확한 현황 분석 △KTF의 3G망 전환 계획 공유 △양사 간 새로운 2G 로밍 로드맵 수립이다. 현 상황 분석이 가장 우선시됐다. KTF는 지방 기지국 가운데 100여개가 LG텔레콤의 로밍 트래픽으로 유지 부담이 크다는 견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LG텔레콤은 트래픽이 많은 곳은 이미 별도의 기지국을 구축해 수가 많지 않다는 주장이다. 시각이 사뭇 다른만큼 자료분석은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공동실사 등의 작업도 벌일 계획이다. KTF의 고위 관계자는 “현 상황을 같이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일단 공유가 되면 이후 로밍에 대한 양사의 입장과 향후 방향이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점진적 축소는 불가피=KTF는 연내 무선 기지국 로밍에 대한 양사 간 재조정을 끝낼 방침이다. 기존 가입자를 모두 3G로 전환할 계획인 KTF로서는 언제까지 LG텔레콤 로밍을 끌고 갈 수는 없다. 다만 KTF가 가입자 전환을 모두 이루는 시점에 LG텔레콤 로밍을 완전 중단할 것인지, 매년 조금씩 로밍 기지국 수를 줄여나갈지는 이번 협의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LG텔레콤의 고위 관계자는 “KTF가 3G망 전환 계획이 있는데 우리 때문에 2G망을 유지해달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시기적으로 다소 이른 듯해 2G망을 유지하는 한 우리에게도 로밍을 열어주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KTF 관계자도 “일방적으로 로밍을 중단해서는 안 돼 충분한 협의를 벌일 계획이며 기지국 축소가 필요할 경우라도 LG텔레콤 측에도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KTF의 2G 기지국이 있는 한 LG텔레콤 로밍이 유지되냐는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800㎒ 로밍·네트워크 투자 이슈=양사 간 이번 협상은 여러 가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KTF와 LG텔레콤 간 로밍협정은 SK텔레콤 800㎒ 주파수 독점에 맞선 공조의 정점이었으나 앞으로는 균열이 불가피하다. KTF의 3G 올인 전략과 3G 재판매 사안 등으로 양사의 공조체제는 사실상 무너졌다. 아직 잠복했지만 어느 한쪽의 태도 변화에 따라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번 협상을 통해 일부 기지국에 대한 로밍 중단이 결정되면 LG텔레콤의 네트워크 투자 부담도 늘어나게 된다. 지금까지 끌어올린 통화품질을 포기하기 힘들어 추가 기지국 투자가 요구될 전망이다. LG텔레콤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SK텔레콤의 800㎒ 기지국 로밍을 재차 요구할 개연성도 있어 후속 파장이 예상된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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