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닐 스티븐슨의 SF소설 ‘스노우 크래시’가 출간된 후 그가 책 속에서 묘사한 가상세계는 기술 세대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소설 속 ‘메타버스’라는 이 가상의 세계는 당시 월드와이드웹(WWW)이 막 개발됐던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그려낸 3차원 세상이었다. 이후 온라인에서 메타버스를 실현하려는 노력들이 있었지만 2차원 세상인 월드와이드웹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스노우 크래시가 발간된 지 15년이 지난 지금, 메타버스 세상이 조금씩 엿보이고 있다. 가상세계의 원조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자신만의 땅을 산 뒤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세컨드라이프, 전 세계를 3D 그래픽으로 볼 수 있는 MS와 구글의 3D 지도 서비스 등. 이들을 수많은 인터넷 서비스 중 하나로 볼 수 있지만 주목할 것이 있다. 머지않아 미래의 인터넷은 현재의 웹브라우저를 통해 경험한 것보다 더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세상이 될 것이란 점이다.
◇변화의 시작=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가상세계 대한 특집 기사에서 3D 웹 서비스들을 주목했다. 근래 늘어나고 있는 3D 서비스들을 분석하며 인터넷의 미래가 3D로 변할 것이며 이에 따른 사회적 영향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의 모습처럼 미디어로서, 오락의 도구로서, 대화의 창구로서 그 기능을 유지하겠지만 미래의 인터넷은 가상세계를 열어 주는 창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아바타와 가상세계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한 때 아바타 꾸미기 붐이 일었고 리니지에는 아직도 수 많은 게이머들이 생활하고 있다. 그런데 왜 다시 관심을 끄는 것일까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등장하고 있는 3D 서비스가 현실과 매우 흡사해지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 기술이 발달해 내 모습과 주변 현실을 닮아가는 것뿐 아니라 특히 사람들이 인터넷을 쓰는 이유인 사회적 상호 작용을 3D 서비스가 더 쉽게 하기 때문에 인터넷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전했다.
◇‘가상세계, WWW를 바꾼다’=제록스 내 가상세계를 연구하는 밥 무어도 “가까운 미래 3차원 가상세계가 인터넷의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가상세계에 현재의 인터넷 쇼핑몰 같은 상점이 들어선다면 사람들은 이제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웹사이트를 뒤질 필요가 없어진다. 3차원 가상세계로 들어가 간단히 물건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상세계에서의 구매라는 활동은 현실에서 물건을 사는 것과 유사해 별 어려움도 없다.
현재 수 백만명의 아바타가 모여 있는 세컨드라이프만 봐도 가상세계에서 여가를 즐기고 경제 활동을 하며 타인과 사회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 됐다. 일단 가상세계에 접속하면 현재의 웹브라우저가 무의미하단 의미다. 가상세계는 이미 그 다양성과 무궁무진한 정보들 때문에 ‘구글’ 같은 검색 엔진 사업이 주목 받을 정도다.
◇‘버츄얼 웹, 주류가 될 것인가’=10년 내 3차원 가상세계가 인터넷을 바꿀 것이란 주장이 있지만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가상세계가 현재의 웹 체계를 대체하기란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3차원이 화려하지만 모두 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직도 종이 문서나 책으로 보는 것이 더 편하듯이 e메일은 현재의 웹이 효율적으로 보인다.
가상세계가 현재의 웹 체계를 얼마나 많이 바꿀 수 있을 지는 예측하기 힘들고 또 다시 한 번의 유행으로 끝날 지 모르지만 비영리 기술 연구 단체인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는 ‘메타버스 로드맵’이란 것을 만드는 중이다. 이들이 구상 중인 차세대 3D 웹 환경에선 사용자가 가상세계에서 MP3플레이어 아이콘에 음악 파일을 넣으면 네트워크로 연결된 실제 MP3플레이어에 해당 음악이 저장된다. 2016년 현재의 웹 체계가 3D로 변화할 지는 미지수지만 큰 흐름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
◆가상세계 부자들은 누구
‘그들의 아바타와 이름은 가짜였지만 부는 그렇지 않았다.’
3차원 온라인 서비스인 세컨드라이프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이미 많이 알려진 얘기다. ‘린든달러’라는 사이버 머니를 통해 경제 활동이 이뤄지지만 이 사이버 머니는 미국 달러로 환전할 수 있어 실제 돈이 된다. 운영사인 린든랩에 따르면 월 수익 5000달러를 올리는 거주민이 116명이다. 전체 회원(500만명)의 0.002%에 불과한 수치지만 최근 네 배나 늘어났다.
비즈니스위크가 세컨드라이프 내 부호들을 찾아냈다. 가상세계에서 부동산 매매를 통해 돈을 번 아일린 그라프는 세컨드라이프에서 백만장자가 된 첫 번째 인물이었으며 현실세계의 기업들이 가상세계에 진출하는 데 도움을 줘 돈을 버는 회원도 있다.
1.아일린 그라프(Ailin Graef)-△닉네임:안쉬 청(Anshe Chung) △주력사업:안쉬 청 스튜디오(부동산 개발)
가입비 9.95달러를 내고 2년 6개월 만에 가상세계 재벌이 된 인물이다. 그의 아바타는 세컨드라이프 내에서 가장 유명하고 성공 스토리 역시 가상세계를 얘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다. 다른 게임 사이트에서 아이템을 주로 판매해오다 2004년 3월 세컨드라이프에 참여, 부동산·환경·빌딩 등을 팔아 큰돈을 벌었다. 누적 순익이 100만달러를 넘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필립 로즈데일(Philip Rosedale)-△닉네임:필립 린든(Philip Linden) △주력사업:린든 랩(세컨드라이프 개발자 및 토지 판매 매니저)
리얼네트웍스 CTO 출신의 현 린든랩 CEO다. 세컨드라이프가 최초의 가상세계 서비스는 아니었지만 회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성공했다. 웹2.0시대에 걸맞게 사용자가 아이템을 만들고 이를 소유, 처분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주요했다는 평이다. 세컨드라이프는 회원 가입이 무료지만 토지 판매와 사용료로 수익을 올린다. 정확한 수입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월 현재 토지사용료를 내는 프리미엄 계정 회원이 6만6800명인 점을 감안하면 월 1000만달러 이상을 버는 것으로 추정된다.
3.뤼벤 스타이거(Reuben Steiger)-△닉네임:뤼벤 밀리언소퍼스(Reuben Millionsofus) △주력사업:밀리언스오브어스(마케팅 컨설턴트)
린든랩 출신으로 세컨드라이프 개발 노하우를 사업화한 인물이다. 그의 회사는 기업들의 세컨드라이프 진출을 도와주고 가상세계 프로모션 캠페인을 컨설팅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GM·도요타·선·인텔·코카콜라·워너브러더스 등이 고객사다. 올 예상 매출은 600만달러.
4.시블리 버벡(Sibley Verbeck)-△닉네임:시블리 해서(Sibley Hathor) △주력사업:일렉트릭십(마케팅 컨설턴트)
직원 55명을 두고 있는 가상세계 컨설팅 업체다. 세컨드라이프를 포함, 데어닷컴 등과 같은 가상세계 서비스에서 최대 규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CBS·AOL타임워너·소니BMG 등과 계약을 했다. 역시 수입은 알려지지 않았다. 가상세계에 본사를 짓거나 프로모션을 대행하는데 건당 1만5000달러를 받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5.알리사 라로쉬(Alyssa LaRoche)-닉네임:에이미 웨버(Aimee Weber) △주력사업:에이미 웨버 스튜디오(마케팅 컨설턴트 및 의상 디자이너)
의상 디자이너 겸 파티 디자이너다. 또 가상세계 예술가이기도 하고 비즈니스 컨설팅도 하고 있다. 처음 아바타용 의상 판매로 유명해진 후 사업 영역을 컨설팅으로 넓혔다. 변화를 읽는 사업적인 감각으로 성공했다는 평이다. IBM과 NBC, 아메리칸어패럴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건물을 짓거나 이벤트를 개최하는데 3만∼10만달러를 받으며 매월 새로운 고객이 2∼3개씩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6.애덤 프리스비(Adam Frisby)-△닉네임: 애덤 자이우스(Adam Zaius) △주력사업:딥싱크(부동산 개발업)
사람들이 가상세계에선 현실과 다른 삶을 살고 싶어한다는데 착안, 해변이나 화산·사막 등으로 꾸민 독창적인 집을 팔아 돈을 벌고 있다. 그가 보유한 토지들은 세컨드라이프에서 가장 살고 싶은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토지 매매가는 132달러에서 330달러 사이다.
7. 케빈 앨더만(Kevin Alderman)-△닉네임:스트로커 서펜타인(Stroker Serpentine) △주력사업:스트로커 토이(성인 엔터테인먼트)
성은 가상세계에서도 통하는 사업 아이템이었다. 개당 20∼40달러인 성인콘텐츠를 하루 40∼50개씩 판매하고 있으며 그가 만든 세컨드라이프 내 홍등가는 e베이 경매를 통해 5만달러에 팔려 화제를 모았다. 현재 ‘서펜타인’이란 닉네임은 세컨드라이프에서 ‘포르노 왕’으로 통한다.
8. 피터 로케(Peter Lokke)-△닉네임:크루셜 아미티지(Crucial Armitage) △주력 사업:크루셜 크리에이션(의상 디자이너)
옷 매장을 70군데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신발과 부츠로 유명하다. 아이템은 개당 75센트며 연 매출이 10만달러에 이른다.
9. 크리스티아노 디아즈(Cristiano Diaz)-△닉네임:크리스티아노 미드나이트(Cristiano Midnight) △주력사업:스냅질라(사진공유서비스)와 ANO메이션(애니메이션 서비스)
가상세계에서 찍은 사진을 공유하고 이를 외부로 전송하는 서비스로 돈을 벌고 있다. 3월 현재 67만5000명이 다녀갔으며 매월 10만명씩 이용자가 늘고 있다. 연 매출은 3만3000달러다.
10. 애덤 앤더스(Adam Anders)-△닉네임:반스워스 아누비스(Barnesworth Anubis) △주력사업:타블로(부동산 개발)와 반스워스아누비스(의류판매)
부동산·의류 판매와 함께 홈데코레이션 사업도 하고 있으며 연간 11만건을 거래하고 있다. 상품 가격은 1∼9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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