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속돼야 할 홈네트워크 기술 개발

 미국 인텔과 홈네트워크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해 이를 국제표준으로 제정, 세계 홈네트워크 시장을 선점하려던 정부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지난 2004년 11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인텔과 280억원을 공동 투자, 2008년 11월까지 ‘무선 홈네트워크 기반 고선명(HD) 대화형 멀티미디어 서비스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으나 최근 인텔이 한국에서 연구개발센터를 철수하기로 함에 따라 이 계획이 중단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홈네트워크는 가정 내 모든 정보가전 단말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첨단 시스템을 말한다. 컴퓨터는 물론이고 가전 및 전자제품, 심지어 커튼, 변기 같은 아날로그 제품도 디지털 기기로 전환해 홈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규모가 엄청나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 유수기업이 오래 전부터 기술확보와 시장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시장만 해도 2005년 7조원에서 작년 9조원 그리고 올해는 12조원가량으로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들은 세계 홈네트워크 시장이 연간 100조원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홈네트워크 기술이 주목받는 것은 단순히 가정 내 모든 전자기기와 아날로그 제품을 물리적인 네트워크로 연결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전자·방송·통신·건설 등 다양한 분야가 상호 결합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매년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가전· 컴퓨터·통신·반도체 등 내로라 하는 세계 유수 기업이 이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ETRI-인텔 홈네트워크 공동 기술개발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니 안타깝다. 정부는 이미 지난 2년간 이 사업을 통해 리눅스 기반 게임 플랫폼을 비롯해 몇 가지 신기술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남아 있는 과업을 마저 수행하기 위해서는 2년이라는 시간과 100여억원의 자금이 추가로 필요한데, 최근 인텔이 ETRI에 “더는 공동개발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면서 인텔이 내기로 한 40억원의 자금과 인력 확보가 벽에 부딪힌 것이다.

 연구개발센터 철수와 이번 사건을 연계한 인텔의 처사는 사실 이해하기 힘들다. 공동 연구는 이미 2004년에 합의한 사안이다. 따라서 처음에 약속한 대로 2008년까지 공동연구를 지속하는 게 마땅하다. 그렇게 하지 못함으로써 인텔은 글로벌기업의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가 이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그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국자의 언급대로 연구과제 가운데 기술적으로 중요하고 산업적인 파급효과가 큰 기술을 선별해 연구를 계속 수행해 가는 게 중요하다. 정부 측의 조속한 대응책 마련을 촉구한다.

 글로벌 기업과 공동 과제를 수행하는 정부나 민간기업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이번 ‘인텔 사건’을 교훈삼아 정부나 민간기업은 향후 글로벌 기업과 협력 시 이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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