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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TV 리론칭 축하 쇼가 끝나고 SG워너비로부터 ‘무대 잘 꾸며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가 가장 기뻤습니다.”
온라인 음악포털 ‘엠넷’, 공연 기획사 ‘좋은콘서트’, 곧 합병을 압둔 ‘CJ뮤직’까지 거느린 거대 엔터테인먼트기업 엠넷미디어의 대표이사가 지난 10개월 동안 가장 기뻤던 일이 가수의 인사였다니 너무 소박한 것이 아닐까.
박광원 엠넷미디어 사장(40)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고객과 아티스트 사이에 위치한 사업”이라고 정의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의 요구를 잘 읽는 것은 물론이고 아티스트가 만족하는 무대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역할이라는 것이 박 사장의 지론이다.
◇음악시장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지난해 7월 CJ그룹이 GM기획과 맥스MP3의 통합법인인 메디오피아를 인수할 때만 해도 음악업계가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가뜩이나 침체된 음악시장에 대기업이 자본력을 동원해 시장을 잠식하려 한다는 비난도 있었다.
이에 대해 박광원 사장은 “음악 자체가 문화 상품으로 유통되는 시대가 아니라 공연·패션 등 음악과 관련된 경험을 소비하는 시대로 바뀌었다”며 “여기에서 대기업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대답했다.
음악과 관련한 경험을 소비하는 시대에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스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에서 좋은 음악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을 활용한 공연까지 연계돼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힙합이라는 음악이 있다면 오늘날 소비자들은 단순한 힙합 음악이 아니라 클럽 문화, 패션, 정신을 함께 소비한다”고 박 사장은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자금의 회수 주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고 그 회수주기를 견뎌낼 만한 대기업의 참여는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이 박 사장의 견해다.
현재 엠넷미디어에는 다섯 개의 사업부가 있다. △연예 매니지먼트 △음악 △엔터테인먼트 포털 △공연 △미디어사업부. 사업부의 구성만 봐도 “음악을 경험하는 문화 상품을 만들겠다”는 박광원 사장의 의지가 엿보인다.
지난 16일 임시주주총회에서 공식 승인된 CJ뮤직과의 합병도 음악을 경험하는 문화상품을 생산하기 위한 사업 구조를 더 강화하기 위해 이미 오래 전부터 기획된 것이다.
대기업의 자본을 이용한 수직계열화가 아니냐는 비판해 대해서도 박 사장은 “음악을 기반으로 한 밸류 체인을 만들기 위한 현상이며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아티스트들도 변화에 적응해야=음악 시장의 변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는 사람은 바로 그 중심에 있는 아티스트.
SG워너비의 김진호는 “음악을 소비하는 개인으로서는 MP3플레이어로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한다”며 “가수의 입장에서야 CD가 더 수익성이 좋지만 디지털 시장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시장으로 바뀌면서 저작권 침해 문제 등 현 상황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사그라지지 않았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김진호는 “음악 시장이 침체돼 있을수록 가수들이 비슷한 음악을 찍어내서 안전하게 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다양한 모험과 실험을 통해 음악을 듣는 이들의 귀를 즐겁게 해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SG워너비의 새 앨범 역시 타이틀곡 ‘아리랑’에서 국악과 접목한 시도를 하는 등 모험과 실험이란 정신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아시아 넘버원을 꿈꾸다=최근 힙합과 R&B에 빠져 있다는 박광원 사장과 ‘소몰이 창법’으로 한국을 넘어 열도까지 감동시키겠다는 R&B그룹 SG워너비. 다른 듯하지만 이들의 목표는 닮았다. 바로 ‘아시아 넘버원’이 되는 것이다.
박 사장은 “엠넷미디어의 사업 영역은 글로벌 시장”이라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글로벌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국내의 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하는 것, 해외에서 소비하는 콘텐츠를 직접적인 매출에 연결시키는 것, 해외의 콘텐츠를 국내에 들여오는 것이다.
현재의 한류는 이국에 대한 관심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 박 사장의 분석이다. 박 사장은 “한류에 편승한 단발적인 공연은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연 기획이나 스타 메이킹 등 시스템을 수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엠넷미디어의 자회사인 좋은콘서트는 소속 가수들의 해외 공연의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일임하고 있으며 스토리가 있는 공연 등 수준 높은 공연은 해외에서 공연 시스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동남아시아나 일본 시장에서 소비되는 문화콘텐츠가 직접적인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도 엠넷미디어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저작권이나 초상권에 대한 문제는 하나의 기업보다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박 사장은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만큼 팝 음악 시장 점유율이 낮은 곳은 없다”며 “이것은 현지화 전략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지난 6일 자사 소속의 뮤지션인 SG워너비가 일본의 매니지먼트사와 전속 계약을 한 것은 일본 시장에 대한 막연한 이해보다는 최상의 파트너를 만나 현지화에 적합한 디테일한 전략을 세우기 위함이었다.
6월 3일 일본에서 첫 데뷔를 하는 SG워너비는 현지활동을 위해 일어도 꽤나 열심히 공부했다는 후문이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