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효율성 높은 정부 만드는게 먼저다

 전자정부 표준화 및 지역정보화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을 놓고 정부 관련 부처가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국회 행자위 소속 두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해 ‘전자정부의 표준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지역정보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 중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속을 들여다보면 행자부와 정통부 간 주도권 싸움 아닌가 하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이 같은 우려가 사실이라면 가벼이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공공조직의 효율성을 제일의 원칙으로 삼아야 할 정부 부처가 앞장서서 관료조직의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물론 모든 법률의 제정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이번 법안 역시 나름의 논리적인 근거가 있을 것이다. 행자부는 행정정보 간 연계성과 상호 운용성 향상, 지역특성에 걸맞은 정보화 사업 공동 추진을 목적으로 두 의원이 발의한 입법안을 수용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기본적으로 두 의원의 입법안을 수용하되 내용상 정부 내 의견을 취합해 조율할 것’으로 본 행자부 고위관료의 발언에서 행간의 의미를 읽을 수 있다.

 우리는 두 의원이 발의한 전자정부 표준화법과 지역정보화촉진에 관한 법률의 법적인 의미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두 법안이 기존의 정보화 촉진기본법상의 국가 정보화 추진체계와 중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숙고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정통부·건설부·기획예산처 등은 이미 기존 법률과의 중복과 예산 문제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거나 신중한 검토를 주문한 상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역시 기존 제도와의 혼선·중복 등을 우려해 전자정부표준화법과 지역정보화 촉진법의 신중한 검토나 제정 반대를 의결, 국회 행자위와도 충돌이 예상된다. 정통부는 법제처에 정부입법정책협의를 신청했다. 이 같은 정부 및 입법부 내 움직임은 이번 법률안 발의가 국회와 행정부 내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번 의원입법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새로 설립되는 전자정부표준위원회, 행정 표준원, 지역정보화 촉진위원회 등 기관이 기존의 정보화추진위원회, 한국정보사회진흥원 등과 기능상 중복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국민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궁금하다. 굳이 이 같은 법률이 필요하다면 범 정부 차원에서 기존의 법률 체계를 재정비하려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기존의 정보화촉진기본법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관련 법률체계와 조항을 세심하게 검토한 후 제·개정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 각 부처가 관성적으로 조직을 확대하고 관련 단체를 만들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꼭 필요한 조직이나 기관의 설립까지 무턱대고 막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참여 정부 임기를 얼마 남겨놓지 않고 부처가 제각각 조직을 확대하는 것은 눈꼴 사납다. 효율성 높은 정부를 구축하는 것이 정부 정책의 일차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 전자정부 표준화 및 지역정보화 관련 법의 제정에 앞서 더욱 폭넓은 의견 수렴과정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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