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폰 시장의 빛과 그림자

‘뮤직폰 성패는 콘텐츠 개방에 달렸다.’

 KTF의 위피 없는 단말기 ‘LG-KH1200’이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솔루션을 제거, MP3플레이어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의외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KTF는 이 같은 판매 호조세에 따라 LG전자와 당초 약속한 6만대에 추가 공급 물량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고객의 반응은 그동안 ‘뮤직 기능’을 중심으로 고객의 맘을 끌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던 휴대폰 제조업체들과 이통사들을 다소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

 ◇‘번거롭다’ 소비자 외면=휴대폰 제조업체들은 MP3 재생, 3D 입체 음향, 이퀄라이저 기능, 8Gb 메모리, 뮤직핫키 등 다양한 기능적 소구점을 내세운 뮤직폰을 잇달아 국내 시장에 내놓았으나 번번이 실패를 맛봤다. 이미 MP3플레이어·PMP 등이 상당수 보급돼 있어 ‘공짜 콘텐츠’에 익숙해져 있는 국내 고객에게는 휴대폰을 통해 음악을 즐기기가 ‘번거롭다’고 정평이 나 있는 상황이다. 뮤직폰을 즐기기 위해서는 SKT(멜론)·KTF(도시락)·LGT(뮤직온) 등 이통사가 제공하는 사이트에서 저작권을 해결하고 DRM 솔루션을 탑재한 유료 파일을 구매한 뒤 PC로 내려받아 휴대폰으로 옮겨와야 하는데 절차도 까다롭고 돈도 든다는 점이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됐다.

 ◇저작권 문제, 확산 걸림돌=LG전자의 대표적 뮤직폰인 LP-3000은 실감나는 사운드를 위해 3D 입체 음향과 이퀄라이저 기능 등을 넣은 야심작이었으나 정작 콘텐츠 저작권 문제에 걸려 뮤직폰으로서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 뮤직폰은 저장용량이 큰 관건인만큼 지난해에만도 1Gb 플래시메모리를 내장한 슬림기가뮤직폰(V940)과 뮤직스틱폰(SPH-S4300) 그리고 8Gb 하드디스크를 내장한 슈퍼뮤직폰(SCH-B570)까지 내놓았으나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반면에 유럽과 북미 시장에 내놓은 ‘뮤직폰’들은 대박 상품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작년 10월 AT&T와이어리스를 통해 출시한 HSDPA 뮤직폰 ‘싱크(SYNC)’를 출시 5개월 만에 100만대의 판매고를 거뒀고, 이어 비욘세 놀스를 광고모델로 내세운 북미향 울트라뮤직폰 ‘업스테이지’를 최근 출시했다. LG전자 역시 북미시장의 효자상품은 초콜릿폰을 뮤직폰으로 개조해 버라이즌을 통해 출시한 ‘퓨즈’다.

 ◇DRM 개방정책이 관건=두 회사 관계자들은 “북미시장에서는 뮤직폰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통사들과 음원제공자들이 콘텐츠 개방정책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WMDRM’이라는 저작권관리솔루션을 통해 야후나 구글, 냅스터 등 다양한 음악포털에서 다운로드한 MP3 파일을 다양한 기기로 옮겨 재생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적정한 대가를 내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KTF의 ‘LG-KH1200’ 역시 북미시장의 성공 사례를 경험한 LG전자가 KTF에 제안해서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후속 제품들에 대해서도 DRM 개방 정책을 취할지 관심이 모였다. KTF와 LG전자 관계자는 “저작권자들과의 문제도 걸려 있어 아직 후속 제품에 대한 전략 방향을 정하지 못했다”면서 “제조사·이통사·저작권자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은 결국 고객들이 콘텐츠를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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