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IT분야 상장기업들의 수익성이 비IT분야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000원 어치 물건을 팔아 비IT기업이 64원의 이익을 남긴 데 비해 IT기업은 84원의 이익을 남겼다. 환율하락·원자재 가격 상승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IT업계가 다른 업종보다 장사를 잘 했다고 하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환율·원자재 가격 등 대내외적인 경영환경이 썩 좋지 않은 가운데 이룩한 성과여서 더욱 값지다. 이번 실적은 IT산업의 성장동력이 훼손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제계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IT산업이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산업으로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특히 얼마 전에 한국은행이 IT산업에 대한 우울한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아 IT업계 종사자들의 힘을 빠지게 했는데, 이번에 발표된 IT상장기업들의 실적은 IT산업이 여전히 한국 경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번 실적을 자세히 살펴보면 IT산업에 상당한 위협요인이 잠재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IT기업들의 작년도 실적이 다른 업종에 비해서 양호하다고는 하지만 전년에 비해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IT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IT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10% 선에 육박했다고는 하지만 전년에 비해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내실이 좋지 않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국내 IT산업의 건전한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코스닥 상장 IT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2.9%에 그쳐 4.7%를 기록한 코스닥 전체 기업의 영업이익률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스닥에 있는 IT기업들이 대내외 경영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코스닥에 상장한 48개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매출이 3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5%나 뒷걸음질쳤다.
올해 IT산업계의 경기 전망 역시 매우 불투명하다.국내 IT산업이 진정으로 한국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선 구조적인 차원에서의 경영 개선노력이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 분위기를 북돋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의 자구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특히 코스닥 IT기업들을 중심으로 환율변동·원자재가격 상승 등 급변하는 대외 경제변수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글로벌 경영시스템을 빨리 구축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 체제에 맞게 신제품 개발 단계부터 제품 개발 계획, 판로개척, 마케팅 정책 등을 효율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물론 중소기업과 벤처 기업 입장에선 인재 양성, 기술 개발, 마케팅 전략 수립 등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그렇다고 외부 환경만을 탓해서는 안 된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기 위해선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IT산업이 한국경제의 진정한 성장 엔진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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