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의 한 외국계 은행 부지점장 A씨. 그는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 등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는 국내 대표 IT 품목에 대해 전문가 수준의 식견을 가졌다. 그는 관련 분야를 전공하지도 않았지만 일본 기업 등과 경쟁속에 성장중인 국내 LCD 부품·소재 분야 유망 중소기업의 이름과 제품 특성, 시장동향 등을 줄줄이 꿰고 있다.
그는 지점을 찾아오는 중소기업을 기다리기보다 직접 찾아나서 설비자금 대출은 물론이고 창업투자사나 기술평가기관 연계, 전환사채(BW) 인수 등 투자와 컨설팅 업무까지 수행중이다.
그가 속한 지점은 삼성이라는 대형 전자회사와 그 협력사들이 대거 포진한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듯 LCD 광학필름, 휴대폰용 소재 등 부품소재 분야 기업고객을 상당수 확보하며 탁월한 안목을 자랑한다.
이 지점은 특히 단순히 자금을 빌려주는 여신기능에 머물지 않는다. 국내 IT 부품소재 산업의 성장에 주목, 중소기업의 기술·제품이 미래가치와 시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투자까지 집행한다.
A 부지점장은 “그동안 광학필름 분야 2∼3개 업체를 여신지원 고객으로 확보했고 이에 앞서 휴대폰 분야에서는 BW 방식으로 약 3배의 투자수익을 내기도 했다”며 “약 3년의 투자기간을 예상하고 수요처가 확실한 업체나 시장성이 높은 신기술 업체 등을 중심으로 금융 지원이나 투자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소재 한 중소기업 재무 담당자는 “외국계 은행은 해당기업의 기술과 사업성에 대한 안목과 면밀한 사전검토, 분기별 분석을 통해 신용기반 금융거래를 꾀한다”며 “담보능력을 우선시하는 국내 은행들과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시적인 불확실성에 노출돼도 즉시 자금을 회수해 기업이 곤란해지는 사례도 있는 만큼 윈윈 관점에서 중장기적인 관계설정이 아쉬운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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