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첨단 부품기업들이 생산라인을 잇달아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는 것은 IT코리아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결코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될 문제다. 우리나라 IT산업이 지금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던 데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첨단 부품소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는 아이템이 바로 디스플레이 관련 부품과 소재라는 것이다.
디스플레이는 반도체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먹거리 산업이다. 지난해 총 120억 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매출규모 면에서는 171억 달러의 반도체, 166억 달러의 휴대폰에 이어 세 번째다. 하지만, 전년대비 성장률을 비교해 보면 반도체가 한자릿수, 휴대폰은 오히려 감소세를 보였지만 디스플레이는 무려 160%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디스플레이의 선전이 지난해 IT코리아의 면목을 세워준 셈이다.
이 같은 바깥의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이미 내부에서는 우리나라에서의 생산중단을 검토하고 있을 정도로 심한 압박감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실제, LCD에 들어가는 백라이트유닛(BLU)를 생산하는 중소 전문기업 상당수가 올해 안으로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이전하고 본사는 연구개발이나 긴급한 제품을 임시생산하는데 활용한다는 것이다. 또, LCD 패널용 소재인 프리즘시트업체들도 마찬가지로 하나 둘 씩 중국으로 생산시설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우리가 입을 피해는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당장, 중국에서 완제품을 생산할 경우, 여기에 소요되는 상당수의 부품이나 소재가 중국산으로 대체될 것이 분명하다. 그만큼 우리의 몫이 중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수출뿐 아니다. 생산라인의 중국 이전으로 자연스럽게 생산시설의 공동화가 진행되고, 우리의 일자리는 줄어들게 된다. 그렇다고, 완제품업체들이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이전하는데 부품이나 소재업체들은 한국에 있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빙산의 일각이 될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디스플레이시장은 갈수록 가격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가격경쟁력확보를 위해 완제품 생산업체들은 앞으로 더욱 많은 물량을 중국에서 생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다. 반도체나 휴대폰 등에도 똑같이 반복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이와 관련된 첨단부품생산기업들이 대거 중국행 엑소더스에 몸을 실을 것이다. 그동안 일본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던 부품소재산업이 무역수지에서 흑자를 기록하는 등 유망산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게 최근의 일이다. 그러나 벌써 우리의 첨단부품 생산기반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샌드위치 위기론의 실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에 대비할만한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쉽게 우리의 생산기반을 중국에 넘겨줄 수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첨단부품의 생산기반 엑소더스를 막을 수 있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산·학·연 공동으로 첨단부품개발과 원천기술확보를 통해 자체생산기반을 확충할 수 있도록 우리의 역량을 집중시켜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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