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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 등 미래학자의 전망대로 우리는 지식기반사회라는 대변혁의 큰 물결 속에 놓여 있다. 세계는 인터넷으로 연결돼 사회·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가 디지털과 정보기술(IT)과 결합, 융합되고 글로벌 무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식기반사회 국가경쟁력은 3대 요소의 상호 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정보사회 공급요소(HW·SW·NW 등)와 수요요소(사람의 사회·경제·문화적 변화와 행태적 요구 등) 그리고 국가 정보정책적 요인(수요와 공급요소의 시너지를 만드는 규제 및 추진체계 등)이다.
우리나라는 지식기반 강국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우려할 만한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OECD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몇 년간 세계 1위였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순위는 2005년에 2위, 이듬해에는 4위로 밀려났다.
왜 이렇게 됐을까. 정보정책적 요인의 미비에 중요 원인을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디지털 융합 매체인 IPTV는 공급과 수요 모두 나왔지만 정책에 발목을 잡혔다.
IPTV는 방송·통신·콘텐츠 산업의 새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장비업체의 국제기술표준화 등 국가 경제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친다. 서비스 도입 시기가 늦어지면서 국가경쟁력이 상실된다. IPTV 지연으로 광가입자망(FTTH), 디지털 콘텐츠 등에 대한 투자도 활성화하지 못했다.
우리보다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 낮은 미국과 유럽·일본 등 세계 40여 개국 200여개 사업자들은 이미 2000년대 초부터 IPTV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더 늦기 전에 우리나라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ITU·OECD 등 국제기구에도 IPTV 개념에 합의된 정의는 없지만 기존 미디어와 다른 차원에서 논의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선진국들은 IPTV 도입이 국민의 선택권 확대와 복지 증진, 콘텐츠 발전, 관련 산업의 활성화에 기여한다고 봤다. 통신사업자에게 IPTV시장 진입을 허용했을 뿐만 아니라, 대폭 완화한 규제를 적용해 장려했다. 새 규제 틀도 만들었다. 네트워크의 구분 없이 모든 전송사업에 대한 일반인가 체계를 적용하는 수평적 규제체계를 도입했다. 영국 정부기관인 오프콤의 앨릭스 블로워스 국장은 지난해 10월 말 현지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차세대 서비스를 육성하려면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르셀 프로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작품을 통해 무의식적인 기억 속에서 느긋이 자신이 바라는 세계를 찾았다. 우리는 규제논란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할 수 있게 법과 제도를 시급히 재정비해야 한다.
수평적 규제체계를 도입해야 하나 단기간에 쉽지 않다. 따라서 IPTV와 같은 방송통신 융합서비스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상용화하고, 사후 규제에 의한 경쟁 활성화 및 법제도를 정비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이제 곧 대선 정국으로 인한 정치 소용돌이 속에서 정치권은 예외 없이 누구나 우리나라의 일자리 창출과 국가경쟁력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를 높일 것이고 전 국민의 관심이 여기에 쏠릴 것이다. 실기(失期)하는 IPTV 서비스 도입 법제를 조속히 마련한다면 이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로써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줄 것이다.
우리는 급속한 변화에 융통성 있게 대처할 창의성과 첨단 기술에 적응할 국가적 능력이 필요하고, 진보적이고 능동적인 ‘디지털적 사고’가 필요한 시대에 있다. 우리는 회자되고 있는 ‘영국의 적기조례(Red Flag Act:자동차로 인해 마차를 끄는 말이 놀라지 않도록 1865년 만든 규제)’의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경고한 ‘5∼6년 후의 대위기’가 국가정책도입의 실기로 인하여 이미 잉태되고 있음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이제 규제당국은 융합서비스의 규제관할권 확보를 위해 고민하면서 배웠을 수평적 규제체계로의 디지털적 전환을 통해 ‘잃어버린 우리의 시간’을 찾아주기 바란다
◆김성태 성균관대학교 국정관리대학원장 겸 국제정보정책·전자정부연구소장kimst@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