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분리발주, 이제는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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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 솔루션 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정부가 SW를 분리해서 구매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내리는 전반적 평가다. 단순히 SW업체와 IT서비스 업체와의 종속관계를 끊은 데 그치지 않고 국내 SW산업 생태계 자체를 선순환구조로 돌리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김명주 한국GS인증협회 국장은 “근본적으로 SW 분리발주가 되지 않고서는 그동안 정부가 마련한 SW공공구매 개선대책이 아무런 효과를 거둘 수 없다”며 “정부가 분리발주를 하겠다는 것은 바로 SW 제값주기의 실천이자 전문 솔루션업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달가격 산정 시 시중에 가장 빈번하게 거래되는 가격을 말하는 최빈가 또는 가중평균치 적용 문제나 유지보수료 문제, 굿소프트웨어(GS) 인증제품 가산점 부여 등도 분리발주가 정착될 때 해결되고 실효성이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미 일반 기업에서는 분리발주가 대세다. 지난해 신한은행과 SK텔레콤은 SW 분리발주를 통한 성공적 사례로 손꼽힌다. 두 업체는 분리발주를 통해 원하는 양질의 우수한 SW를 저렴하게 도입하는 성과를 얻었다.

 분리발주의 효과를 잘 아는 미국과 일본은 일찍이 공공분야에 SW 분리발주를 제도적으로 정착시켰다. 일본은 지난 2004년 대기업 의존도 완화, 경쟁촉진에 의한 비용절감 등을 위해 기능별 분리발주를 원칙으로 하고 세부 절차를 규정했다.

 분리발주를 못하는 경우 명확한 사유를 조달 계획서에 명시하는 등 상세한 분리발주 프로세스 제시했다. 미국은 대규모 정보시스템 구축 시 기술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 및 위험 절감을 위해 SW기능별 분리발주를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을 미국 정부조달지침에 명시하고 있다.

 국내 공공시장 역시 SW업체에게는 최대 수요처인 동시에 최고의 준거 사이트다. 하지만 전문성이 미흡하고 뿌리박힌 불합리한 구매관행으로 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발주처인 공공기관이 하드웨어와 SW를 분리발주하기보다 대형 시스템통합(SI) 업체를 통해 일괄 구매 계약해왔다.

 이로 인해 IT서비스업체가 주계약자가 됨으로써 자체개발 SW 우선 공급, SW 전문업체에 대한 무리한 가격 인하요구 등 고질적인 병폐가 만들어졌다.

 ‘아무리 좋은 솔루션을 개발하고 시장에서 인정받아도 SI업체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공공시장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도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발주자→주계약자→하도급으로 이어지는 먹이사슬 고리를 끊지 못해 SW업체는 구매기관과 SI업체 두 곳을 상대로 영업하고 가격까지 인하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이강만 티맥스소프트 상무는 “이 같은 상황에서 IT서비스업체 중심으로 사업의 전 과정이 진행되어 투명성과 공정성, 품질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며 “SW 분리발주는 발주 측은 물론 전문 솔루션업체 모두가 성장하는 윈윈모델을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분리발주 활성화 해법 다양한 목소리

 정부가 SW 분리발주를 적극 추진하는 가운데 이의 활성화 해법을 놓고 이해당사자들은 각기 다른 시각을 보였다. 주무기관은 분리발주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한 가운데 SW업체와 IT서비스업체는 대조적 입장을 보였다. 

 ◇정통부 적극 추진=정통부는 SW 분리발주가 전문 솔루션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보고 분리발주 정착을 위해 적극적인 후속조치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임차식 정통부 SW진흥단장은 “이번 조치는 SW업체들이 전문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려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들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분리발주 가이드라인을 오는 4월중 제시하는 한편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의 발주관리센터의 기능을 확대, 통합전산센터의 PMO기능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또 공급된 SW를 제3의 기관에 별도로 임치하고 SW등록제와 SW개발 실명제를 통해 구매기관이 SW 유지보수에 필요한 정보를 확보토록 할 방침이다.

 ◇IT서비스업계, 분리발주 책임 대응 장치 마련해야=IT서비스업체들은 분리발주에 따른 책임문제를 심각하게 제시했다.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상호 호환성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발주자는 물론이고 정책 입안자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결국 문제가 발생하면 IT서비스업체들이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솔루션업체들이 이 같은 책임문제에 대해 대응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분리발주만을 주장하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분리발주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발주처에서 전체 사업을 총괄 감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아직은 이르다고 강조했다.

 ◇SW업계, 세부 실천방안 나와야=SW업계는 SW산업 전반에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SW업계의 한 관계자는 “발주처가 직접 제품을 평가하기 때문에 앞으로 전문솔루션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SW업계는 공공기관의 일괄발주 관행은 발주기관이 IT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데다 자칫 프로젝트가 잘못됐을 때 따지게 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발주자 전문성 확보와 책임 문제에 대한 대책이 선결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표면상의 분리발주가 아닌 최종 고객이 솔루션을 선정하는 권한을 갖는 형태로 발주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이면서 세부적인 실행방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주자, 전문성 확보돼야=분리발주의 주체인 발주자 측은 SW산업발전을 위한 거시적 관점에서 분리발주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실행에 따른 문제점을 우려하고 있다.

 발주자협의회 관계자는 “SW 분리발주는 결국 입찰을 여러 번 진행하게 만드는 데 이는 발주처의 인력확보와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준다”며 “이 같은 어려움은 발주 측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특히 발주자 전반적으로 SW분리발주를 감당할 능력이 안 되는 상황에서 전문솔루션을 분리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보완장치가 필요하다 입을 모았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인터뷰-임차식 SW진흥단장

 국가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은 분리발주가 원칙이다. 그동안 관행화 되다시피한 일괄발주는 예외적인 조항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발주자 측의 전문인력 부족, 행정편의 등은 물론 그동안의 관행을 내세워 일괄계약을 추진해왔다.

 이번 분리발주 본격 시행을 계기로 SW산업계에 이전과는 다른 바람직한 관행이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발주담당자의 분리발주 능력 제고 및 정보제공 △분리발주 가이드라인 제시 △분리발주 업무 지원조직 구축 △하자보수 및 유지보수 안전장치 마련 △분리발주 실태에 대한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SW산업 발전 종합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미 상당 부분 진행돼 오는 7월께 새 SW산업 발전전략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현재의 SW산업 구조·시장분석에 입각한 정책 대응을 통해 기존 정책의 타당성과 효율성을 감안해 내놓을 것이다. 주요 점검 사항은 다음과 같다.

 우선 SW산업의 생태계를 분석하고 있다. 국내 SW산업의 분야별 현황, 시장 참여자, 경쟁현황, 경쟁력 분석 등 SW산업의 특성과 시장구조를 살펴보고 있다. 웹2.0, 웹서비스, SaaS, 롱테일 법칙 등 새로운 SW산업 패러다임의 파급 효과도 분석하고 있다.

 다음으론 그동안의 정책 평가를 토대로 SW산업의 발전전략 및 정책과제를 발굴할 것이다. SW산업 생태계 분석을 바탕으로 정부의 역할과 정책방향을 전반적으로 점검, 그간 추진해온 사업의 실질적 효과를 파악하자는 것이다. SW 개발·유통 플랫폼의 변화와 사회 전반의 인프라·서비스로서의 SW의 특성에 대응하는 새로운 전략과 정책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정책 분석결과의 체계적인 관리 메커니즘을 확립하고 분야별 주요 이슈, 해결 방안, 정책 효과성 등에 대한 상시 정책점검 체계도 수립하고 있다. 늦어도 7월말, SW산업 발전 전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SW업계의 목소리

 SW업계 대표들은 실효성 있는 분리발주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백종진 한글과컴퓨터 사장은 “분리발주는 SW가 제값받는 시장환경 실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GS인증 제품 등 검증된 제품에 대한 분리발주 활성화를 통해 분리발주제도에 대한 수요자의 인식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유환 핸디소프트 부사장은 “향후 지속적으로 분리발주 가능한 SW를 확대해 기업용 솔루션도 분리발주 가능토록 해야한다”며 “분리발주를 법제화 시켜 실효성을 높이는 한편 발주자에 대한 지속적 교육을 통한 발주능력 향상”을 요구했다.

 조풍연 메타빌드 사장은 “패키지 SW 선정 시 합리적 예산책정이 필요하고 협상에 의한 계약을 통해 기술 중심의 사업자 선정이 관건”이라며 “신뢰성 있는 예산체계, 사업자 선정, 소스코드 임치 등 발주처에 신뢰를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인용 유니온정보시스템 사장은 “당장 분리가능 한 SW분야는 바로 실시하고 어려운 SW분야는 분담이행 방식을 적용하면서 분리발주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학훈 날리지큐브 사장은 “분리발주는 단순히 중소 SW기업 지원책이 아니라 고부가산업 중심의 국가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라며 “여기에는 저가경쟁을 지양하는 업계의 자정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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