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R&D투자 없이는 경쟁도 없다

 LG그룹은 14일 구본무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LG연구개발성과 보고회’를 열고 전자·화학·통신 등 주력 사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에 작년 대비 20% 증가한 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또 R&D 인력을 현재의 1만9900명에서 2만1300명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LG그룹의 이 같은 방침은 지난해 전자·화학·통신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R&D분야에 더욱 공격적으로 투자해 신성장동력 발굴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기술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의 공격적인 R&D 투자 계획은 최근 국내 기업들이 경영실적 악화와 불투명한 경영 여건을 이유로 R&D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물론 기업이 경영 상황에 따라 R&D를 바라보는 관점에 차이가 나겠지만 첨단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업체들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R&D 투자를 줄이는 것은 미래 시장을 포기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따라서 LG그룹이 올해 R&D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인력을 보강키로 한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겠지만 매우 바람직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다.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5∼6년 앞을 내다보고 진정한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R&D 부문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필수 불가결하다. 그래야만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자웅을 겨룰 수 있다.

 물론 무턱대고 R&D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효율성이 전제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R&D 부문과 고객 간 접점을 확대하는 전략이 절실하다. 구 회장은 “R&D는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지금까지의 R&D가 새로운 기술 그 자체를 중요시했다면 이제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더 나은 방식을 찾는 R&D로 생각의 지평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의 이 같은 지적은 R&D 부문과 고객의 욕구가 결코 유리돼서는 안 된다는 원론적인 차원의 문제 제기다. 하지만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고객과의 접점 확보는 점점 어려워진다. 고객의 욕구나 가치 지향점이 쉴새 없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지향주의에만 매몰되면 시장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고객에게 어떠한 가치를 줄 것인지를 망각하기 쉽다. 결국 R&D 부문과 고객 간에 형성돼 있는 팽팽한 긴장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R&D에 피드백시키는 게 핵심적인 과제다. 고객과의 지속적인 긴장 없이 R&D 지평을 확대하고 창의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끊임없이 바뀌는 고객의 성향을 재빨리 파악해 R&D에 반영하고 사고의 지평을 확대하는 것이야말로 창조적 경영을 위한 첫걸음이다.

 이번 LG그룹의 R&D 확대 방침이 신규 R&D 투자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국내 업체에 R&D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그 지평을 확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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