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임은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해에만 1148억달러의 수출에 533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흑자 규모 167억달러에 비해 무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한국 경제에서 IT를 빼고서는 이야기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는 것은 그만큼 IT가 짊어져야 할 짐이 무겁다는 이야기와 맥을 같이한다. IT산업의 성장이 멈춘다면 이는 곧 한국 경제의 성장이 멈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IT강국 코리아라는 화려한 모습에 가려 있는 문제들을 점검하고 이를 개선하는 것은 다시 한국 경제를 도약시키기 위한 전제조건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문제가 있으면 과감히 드러내고 이를 수술해야만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그동안 지칠 줄 모르고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온 IT산업 전반에 대한 진단이 필요한 이유다.
IT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로는 대기업이 주도하면서 일부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원천기술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점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정부가 그동안 상생을 통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그토록 외쳤지만 실상황은 오히려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02년 IT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8.9%였지만 지난해에는 23%대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수출기업 수가 40% 이상 줄었다는 통계도 있다. 중소기업이 밑을 받치지 못하는 산업은 사상누각일 수밖에 없다.
반도체나 휴대폰, 디스플레이의 특정 품목에 편중되고 있다는 것은 IT산업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로 꼽혀왔다. 지난해에도 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 등 ‘빅3 품목’의 수출 비중이 전자산업 수출 전체의 70%나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화 시대에는 선택과 집중이 핵심 전략이지만 한 나라의 경제가 이들 몇몇 제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기반이 취약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또 섬유 등 단순가공 분야부터 야금야금 우리나라 제조산업을 집어삼킨 중국은 이제 첨단 IT 분야에서도 거세게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으며, 여기에 일본의 반격까지 시작되면서 샌드위치 위기론의 맨 앞에 서 있는 게 바로 IT산업이다.
이 같은 문제점들을 그대로 안고 가면서 IT산업의 현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국 IT산업의 위기이면서 곧바로 한국 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따라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나 기업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한다.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새로운 IT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신산업에 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기업들도 독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공동으로 위기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외국 기업과는 제휴다 협력이다 하면서 국내 기업 간 협력은 거부하는 비뚤어진 경쟁심만으로는 우리나라 IT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 IT산업 구조가 건강해야만 한국 경제가 건강해질 수 있다. 정확한 진단과 해결책으로 IT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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