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 LCD업체들이 중국에 대한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국이 가장 큰 LCD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데 따른 당연한 결정일 것이다. 하지만 LCD업계는 이미 과잉생산 논란 속에서 최근 큰 시련기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는 대만 기업들이 7세대에 대한 투자를 미루고 있으며, 세계 2위의 LG필립스LCD(LPL)마저 감산에 이어 사령탑까지 교체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투자는 한편으로는 도박으로까지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디스플레이 시장은 첨단 평판디스플레이가 대세다. 특히 중국은 올림픽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행사의 가장 큰 수혜자는 TV다. 최첨단 HD급 TV 수요가 봇물처럼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중국에는 세계 주요 TV업체의 생산공장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당연히 패널에 대한 수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LCD업계로서는 놓치려야 놓칠 수 없는 최대 승부처인 셈이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약 2억달러를 투자해 TV용 LCD모듈 공장을 짓기 위해 최근 착공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LPL은 지난달 중국 정부로부터 10억달러 규모의 LCD 모듈 공장 신·증설 계획을 승인받아 중국 내 생산시설을 대거 확충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는 것이다. 자존심 회복을 공식 선언한 일본 샤프도 중국 TV업체인 TCL과 합작해 LCD패널 생산라인을 중국 현지에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온다.
어차피 LCD 시장의 주도권 싸움은 한국과 일본, 여기에 중국과 대만을 포함한 중국권이다. 1차전에서는 일본이, 2차전에서는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가졌지만 3차전의 승부는 이제 시작이다. 우리나라가 단연 앞서 있다고 과신했지만 어느새 우리 틈새를 노린 대만 기업들에 뺏기는가 싶더니 이제는 일본이 명예회복 운운하며 다시 왕좌로의 복귀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3차전의 승부가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앞으로의 대세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LCD 시장에서의 확고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더욱 정확한 시장판단과 함께 과감한 선투자가 전제돼야 한다. 대만이 뒷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LCD 시장이 TV용인 대형으로 갈 것이라는 점을 예측하지 못하고 컴퓨터용에만 주력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국내 기업들의 중국에 대한 투자 확대가 갖는 의미가 결코 작지 않은 이유다.
LCD 시장은 올해가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메이저와 마이너가 극명하게 나뉘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업을 정리하는 기업들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누가 시장의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비해 선투자를 할 수 있느냐가 승자가 되기 위한 관건이다. 지금 어렵다고 소극적으로 사업을 펼친다면 곧바로 경쟁사들에 기선을 제압당한다는 것을 우리 기업들은 명심해야 한다.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톡] 퓨리오사AI와 韓 시스템 반도체
-
2
[ET시론]K콘텐츠 성장과 저작권 존중
-
3
[사설] 보안기능 확인제품 요약서 사안별 의무화 검토해야
-
4
[ET시선] 국회, 전기본 발목잡기 사라져야
-
5
[부음] 김동철(동운아나텍 대표)씨 장모상
-
6
[김태형의 혁신의기술] 〈23〉미래를 설계하다:신기술 전망과 혁신을 통한 전략 (상)
-
7
[부음] 유상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씨 장모상
-
8
[박영락의 디지털 소통] 〈21〉트렌드 반영한 3C관점 디지털 소통효과 측정해야 낭비 제거
-
9
[IT's 헬스]“중장년 10명 중 9명 OTT 시청”…드라마 정주행 시 조심해야 할 '이 질환'은?
-
10
[GEF 스타트업 이야기] 〈57〉더 나쁜 사람 찾기, 손가락질하기 바쁜 세상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