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품·소재업계 "힘들었지만 좌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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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부품·소재업계에게 지난해는 악몽같은 한해였다. 부품소재 업계를 견인해왔던 전방사업인 휴대폰·디스플레이 업계의 경쟁 가열에 따른 가격하락, 엔저 등에 따른 부담을 부품·소재 업계가 고스란히 짊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부품·소재 기업들은 이런 환경에서도 매출액과 영업이익률 두마리 토끼를 잡아 화제다. 그들의 비결은 시장 지배력 확대, 끊임없는 신규사업 진출, 경쟁 구조 안정성 등으로 요약된다.

 ◇시장 지배력 확대=이노칩테크놀로지(대표 박인길)는 매출의 99%가 휴대폰에서 발생함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을 모두 높였다. 이 회사는 정전기 방지 및 잡음 감소 부품인 ESD필터를 양산하는 데 경쟁사들이 지난해 중반 4채널 제품을 출시하자 최근에는 6채널, 8채널 제품까지 선보였다. 4채널 제품으로 경쟁사들이 진입하면 6채널, 8채널 등으로 시장을 옮기면서 주력 제품의 가격은 유지했다. 또 출하량이 대폭 증가하면서 고정비는 크게 감소했다.

 PCB업체인 심텍(대표 전세호)도 다른 PCB업체들이 매출 감소, 순익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딴 판이다. 이 회사는 주력 제품인 DDR2메모리의 패키지 기판인 BOC(Board On Chip)의 호조가 지난해 실적 호조의 요인이다. 이 회사는 세계 5대 메모리 업체와 모두 거래하며 대부분 퍼스트벤더로 등록돼 있다. 이러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매출이 늘면서 고정비는 감소되는 형태다.

 ◇신사업 결실=파트론(대표 김종구)은 휴대폰용 안테나, 수정발진기, 카메라모듈 등 신규 사업에서 매출이 본격 발생하면서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두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파트론은 당초 유전체 필터, 아이솔레이터가 주력 사업이었다.

 테크노세미켐(대표 정지완)은 지난해 반도체·LCD·전자재료 등 3개 사업분야에서 고른 신장세를 보였다. 이 같은 성장은 반도체 업체들의 라인증설에 따른 반도체용 재료 매출의 안정적인 증가, CMP슬러리·ND자석·전해액 등 그동안 부진했던 분야의 매출 확대, 디스플레이 관련 신규제품 공급, 수출 등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경쟁구조 안정=CCFL램프 업체인 금호전기나 우리이티아이 등은 지난해 비록 영업이익률은 소폭 감소했지만 매출 확대, 영업이익 금액에서는 여전히 부품업계 가운데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이는 도시바해리슨, 산켄, 웨스트, 젤리파워 등 전세계 CCFL 램프 업체가 약 10여개사로 한정돼 안정적인 영업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기술적인 한계와 선발 업체와의 규모 격차로 후발 기업의 참여가 극히 제한돼 있다. 물론 경쟁사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피나는 원가 절감노력은 기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뛰어난 실적을 거둔 부품기업들은 경영진들의 혜안, 끊임없는 원가 절감 노력, 지속적인 기술개발 등의 3박자가 합쳐졌다”며 “경영 환경이 안 좋을 수록 실제 실력이 들어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유형준·김원석·이정환기자@전자신문, hj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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