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이 매일같이 사용하는 신용카드로 결제가 이뤄지려면 카드 가맹점과 신용카드 회사를 잇는 통신망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금을 밀어낸 신용카드 전자결제 수단이 IC칩 카드 기반으로 전환되는 시기를 맞으며 이같은 통신망을 운영하는 인프라 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정보통신(KICC·대표 김철호 www.kicc.co.kr)은 일반인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통신망을 이용해 가맹점과 카드회사 사이의 전산처리를 대행해주는 부가통신업체(VAN)로 현금대신 데이터로 결제가 이뤄지는 전자결제망의 핵심적인 인프라를 제공해온 기업이다.
카드가 신용카드 조회기에서 읽혀지면 그 데이터를 한국정보통신의 데이터 센터로 보내 카드사의 데이터와 비교한 뒤 거래를 승인해주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KICC는 신용카드 단말기인 ‘이지체크’를 통해 국내 결제 수단을 현금에서 신용카드로 전환시키는데 톡톡한 역할을 해낸데 이어 기존의 신용카드 인프라를 IC칩카드 기반의 인프라로 전환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KICC의 역사는 신용카드 결제의 역사=얼마전 한 조사에서 90년대 시민의 일상을 바꿔놓은 발명품중 하나로 KICC의 ‘이지체크’가 선정됐다. 회사 초기멤버들은 1986년 아시안게임 개최로 국제 신용카드 결제를 위해 회사가 처음 설립됐을 때 가맹점에 이지체크를 설치할라치면 이게 뭐 필요하냐며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10년도 안지나 소비자들의 결제문화를 뒤바꿔 놓았고 매일 1조원 이상의 거래금액과 하루 860만 건의 사용건수를 올리는 시장으로 성장, 지난 해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태평양지역 신용카드 사용액 1위로 올라서는 큰 변화를 겪었다.
VAN사도 외국계와 대기업계열사를 포함해 13개로 늘어났다. KICC 박종국 팀장은 “당시 카드업계에서도 상상하지 못한 일을 신생업체가 해낸 것”이라며 “국내 신용카드 시장의 토대가 KICC로 인해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자결제 시장 개척해와=KICC는 하루 160만 건의 신용카드 결제를 처리하고 있고 자체 전자결제 솔루션을 통해 직불카드, 인터넷전자지불, 전자전표 관리 등으로 새로운 전자결제 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1997년 부산하나로 교통카드 사업은 IC카드를 이용한 교통카드의 첫 모델이었고 95년 전국 고속버스 통합전산망 사업 등 국가 금융전산망의 중추적 역할을 개척하고 있다.
KICC는 최근에도 하나은행에 IC카드 발급기를 개발해 공급했으며 BC카드에 로열티 서비스 지원단말기를 공급하는 등 IC카드 단말기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 단순히 신용카드 정보조회에 그치지 않고 판매대금을 결제시까지 기다리는 불편을 없앤 판매대금자동이체(DDC)서비스를 선보이고 전표 수거를 없앤 전자전표 관리(전자서명) 서비스, 매출집계 입금관리 등의 부가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이지숍 등의 서비스를 내놓아 새로운 장을 열어왔다.
이와함께 대형 유통점 등에서 발생한 매출내역을 데이터로 전송해주는 전자적데이터 교환 서비스, 계열 주유소간 통합네트워크 시스템 구축, 인터넷쇼핑몰에서의 안전한 결제수단을 제공하는 이지페이 서비스 등을 확대했다.
김철호 사장은 “핵심적 성장 노하우는 남이 하지 않거나 생각조차 안하는 일에 도전하는 기업정신”이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VAN사로는 유일하게 창업 때부터 기술연구소를 유지하며 기술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도전과 성장=회사는 2003년 부채비율이 7400%까지 치솟는 위기를 넘기고 지난 2005년 5년만의 흑자를 기록한 뒤 지난 해 매출액 748억원에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대비 12.5%, 14.4% 성장한 140억원, 45억원으로 안정적인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다.
KICC는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EMV표준 IC칩카드와 RF카드 인프라 구축에 주력, 미래 성장을 준비한다. EMV는 올해 2만대를 투자해 내년까지 5만 여 곳의 인프라를 EMV로 전환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현행 마그네틱 방식의 신용카드가 쉽게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내년까지 IC칩카드 인프라로 전면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VAN시장의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선두업체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KICC가 올해 내놓는 단말기는 IC카드 처리와 전자서명판을 동시에 내장하고 원격관리시스템으로 고장시 프로그램 다운로드를 신속하게 해 전자결제의 속도를 한층 높였다. RF카드 인프라는 4월쯤 인증을 완료하고 상반기 이후부터 구축에 나선다. 카드를 가져다 대기만 해도 결제가 이뤄지는 RF카드 인프라는 소액결제 시장의 개척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인프라의 대체 의미를 가진 EMV에 비하면 신규시장 창출의 의미를 갖는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또 휴대폰 결제, 교통카드도 병행해 사용할 수 있는 통합형 단말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같은 인프라 전환으로 기존 인프라에서 구현하지 못한 로열티 서비스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계획이다.
권순배 전무는 “1∼2년새 급격한 변화를 갖지는 않고 적정한 변화의 속도를 유지할 것”이라며 “업종의 특성상 견고한 성장으로 올해 800억 안팎의 매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김철호 사장
“IC카드로의 전환을 올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철호 사장은 회사 설립이래 꾸준히 국내 신용카드 전자결제 인프라 확장에 주력해온 데 이어 올해부터는 IC카드로의 전환을 앞장서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VAN사중에선 유일하게 신용카드 조회기를 자체 설계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역할을 21년째 줄곧 해오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항상 시장에서 가장 먼저 새로운 결제 인프라를 선보이는 것이 우리의 강점이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일반 가맹점용 전자서명 장치인 이지패드도 경쟁업체보다 1년 먼저 선보여 3만여 가맹점이 신용카드 전표를 보관해야 하는 불편을 없앴죠. 최근 3년간 기술특허 출원건수만 60건이고 그중 10여건의 특허를 취득한 상태입니다.”
김 사장은 IC카드로의 인프라 전환을 앞둔 올해 이같은 역량을 IC카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밝혔다. “마그네틱 띠 카드에서 IC카드로의 전환이 신용카드 업계의 올해 화두입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IC카드형 조회기를 2001년 일본 도시바에 이어 세계 두번 째로 개발한 저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올해 정부의 IC카드 인프라 보급 정책에 발맞춰 가맹점의 요구에 부합하는 각종 IC카드 단말기를 개발하고 보급할 계획입니다.”
그는 IC카드로 전환되면 VAN사의 수익이 줄 것이라는 데 반대의견을 냈다. 국내외 통신기반은 외국보다 훨씬 잘 갖춰졌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거래승인을 낼 수 있고 별다른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전자상거래 시스템의 사업범위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해 코스콤의 PG사업부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인수해 전자상거래 시스템 사업인 ‘이지페이’를 성장시켜 온파인과 오프라인을 통합, 연계하는 결제 인프라 기업의 선두 자리를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최근 결제인프라 분야에 외국 자본과 대기업이 진입하는데 대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하면서도 대한민국 국민의 4분의 1 가까이가 매일 사용할 만큼 이지체크의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에 1위 업체로서의 자긍심을 놓지 않고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서비스를 선보여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올해엔 사회공헌을 늘려 결제 인프라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데도 관심을 쏟고 있다. 사회와 함께 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VAN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 사장은 이같은 사회공헌을 업계 전체로 확산시키고 싶다고도 했다. “지난 해 한국정보통신의 사회봉사단인 브릿징 봉사단을 설립했고 5개 봉사팀을 중심으로 각종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 첫 발을 떼는 단계지만 많은 성과를 올려 사회와 함께 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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