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새마을금고 등 IT 사업 줄줄이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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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농협중앙회 신용사업부문(농협은행)과 새마을금고연합회 등의 대규모 IT시스템 구축 사업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이같은 사업관행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낭비가 커지고 있다.

 사업자들이 입찰을 위해 각각 최대 수십 억원까지 투입한 비용을 허공에 날리는 것은 물론이고, 수요처도 시스템을 제때 구축하지 못해 금융시스템의 운영리스크를 키우는 결과를 빚는다는 지적이다.

 ◇신의 성실 원칙 벗어나=농협은행은 LG CNS의 갑작스런 사업 포기선언에 기존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사실상 2008년 가을, 시스템 개통을 연기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삼성SDS가 주사업자를 맡되 금융사업 경험을 풍부한 LG CNS와 IBM이 부사업자 형태로 참여하는 대안이 거론되고는 있지만 당초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졌다.

 농협의 피해가 불가피함에도 LG가 이같은 결정을 하게 된 데는 농협이 원인제공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6개월 사이 수 차례의 설명회 개최와 제안서 추가를 거듭하면서 약속한 결정시점을 맞추지 못한 것이 입찰 참여 사업자의 부담을 키웠다는 것이다.

 새마을금고의 경우도 6개월 사이 세 차례나 입찰과 유찰을 거듭하면서도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하면서 시장에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기술평가를 80% 감안하겠다는 기준을 공개했지만 실제 협상에선 총무부서가 IT부서의 평가결과를 배제하고 가격의 잣대만을 들이댔기 때문이었다.

 ◇수십억원대 낭비 ‘불가피’=SI업체 한 관계자는 “제안서를 한번 쓰는데 3억원 가량의 비용이 들고 수개월째 인력을 사업에 투입하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비용부담을 포함하면 건별로 수십억원의 손해가 발생한 셈”이라고 말했다.

 SI업체의 인력 구조가 고비용 구조인데다 탄력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도 비교적 크다. 대형 SI업체에 딸린 소규모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수백여명의 일손을 놀리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수요처 입장에서도 부담이 커지게 됐다. 사실상 한 SI업체가 대형 프로젝트를 하나 이상 맡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상반기 하나은행, 대구은행, 제2금융권 수요가 밀리면서 금융권 IT서비스의 공급부족 현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개선방안 있나=이 같은 사업관행의 원인은 결정권한의 부재와 잘못된 거래관행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기술을 아는 IT부서가 최종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가격협상과정에서 기술적인 조율로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농협의 경우엔 내부사정으로 시기가 무한정 늦어지면서 참여 기업의 비용부담이 늘어난 것이 원인이었다. 이에 따라 사업 발주시 사업자선정까지 일정을 제시하고 이를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한 SW업체 관계자는 “발주처에서 미리 약속한 일정을 수개월 연기하는 것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피해가 크다”며 “이를 제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SI업체 관계자는 “사기업간의 거래에서 일정 지연 등이 발생하는데 대해 이를 규제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기획 단계에서부터 명확한 로드맵을 구축하고 이를 지키는 것이 기업의 IT역량은 물론 서비스 산업의 성장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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