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설 연휴가 짧았다. 토요일과 일요일이 끼어 있었기 때문이다. 휴일을 고대했던 사람들은 무려 이틀이나 도둑 맞은 셈이다. 승진·월급·휴가(연휴)가 ‘직장인 3락’인데, 올해는 정초부터 일락을 빼앗긴 것 같다. 설 연휴가 중요한 것은 귀성 때문이다. 우리 민족에게는 일년에 한 번은 꼭 고향에 다녀와야 하는 의무감이 있다. 혹여 바쁜 일로 귀성하지 못하면 탈세라도 한 듯한 기분이다. 세금고지서 영수증을 못받은 느낌이다. 한민족의 특성 가운데 하나가 귀성본능임은 인지의 사실이다.
귀성은 의무감과 설렘이 교차한다. 부모님과 일가친척을 만난다는 설렘이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예사롭지 않다. 오죽했으면 ‘귀성전쟁’이라는 표현이 나왔을까. 귀성의 대부분을 도로에서 보내는 교통체증이 이유다. 해마다 반복되는 귀성전쟁에 명절 연휴가 끝난 후 다음 명절을 걱정한다. 누구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15시간이 걸렸다느니, 광주까지 13시간이 걸렸다느니 하는 얘기를 심심찮게 듣는다. 고향 한 번 가는 길에 마음 각오부터 단단히 한다. 혹자는 새벽에 길을 나서고 명절 당일 고향을 찾는 사람도 있다. 귀성에 진저리난 사람들 가운데는 연로한 부모님이 자식을 찾는 역귀성도 나타났다. 그야말로 ‘귀성백태’다. 교통체증이 심하다보니 교통사고도 많다. 사고도 대형이다. 명절이 우리나라가 교통사고 세계 1위라는 사실에 한 몫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사흘밖에 안 되는 짧은 연휴였지만 고속도로 정체는 예상 외로 없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8시간이 넘게 걸리지 않았다. 톨게이트의 왕래 차량이 예년보다 적은 것도 아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첨단 IT 덕분이다. 실시간으로 교통정보를 전해오는 내비게이션이 뻥 뚫린 고향길을 안내했다. 내비게이션이 없는 차들은 휴대폰이 역할을 대체했다. 물론 도로가 많이 개통된 것도 원인이겠지만 차량을 분산 운행하게 한 것은 차량 안의 개인 단말들이었다. 교통체증으로 발생하는 연간 국가 손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물리적인 손실뿐만 아니라 교통체증으로 인한 국민의 정신적 고통까지 합친다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한 귀성의 근심과 고통을 IT가 해결했다니 새삼스럽기 짝이 없다.
이경우 퍼스널팀장@전자신문, k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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