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벤처 `정원사` 진대제

 “좋은 영향이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투자자들이 등을 돌려 힘든 상황인데요.”

 일명 ‘진대제 펀드’(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PEF 1호)의 대표심사역인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의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설에 대한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의 반응이다. 그는 진 전 장관이 하이닉스로 이동하게 되면 ‘진대제 펀드’는 해산절차에 돌입하는 게 불가피해지고, 이것이 관련업계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는 눈치였다.

 사실 진 전 장관이 벤처캐피털 업체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를 설립했을 때부터 업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우선 입지전적 인물인 진 전 장관의 등장으로 벤처(캐피털)산업이 재조명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기대감이었다. 이는 진 전 장관의 행보를 통해서도 가시화되는 분위기였다. 지난해 회사 설립 후 그는 각종 강연 등에서 “IT 벤처기업에의 투자는 경제 발전의 초석” “IT기업에 대한 민간 투자 유치” “IT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인큐베스트(인큐베이터+인베스트)가 될 것”이라며 벤처(캐피털)산업에 적극적인 관심을 당부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중도 하차 가능성’ 또는 ‘손실 발생’ 등의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하이닉스 사장설이 나오기 전에 만난 한 벤처캐피털 업체 대표는 “벤처투자 경험 없이 명성을 앞세운 진 전 장관이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큰일”이라고 걱정했다.

 기자는 새해 들어 행사장에서 진 전 장관에게 벤처 투자에 대해 그동안의 소회를 직접 물은 적이 있다. 그가 한 말 중에 “IT벤처 생태계의 정원사가 되겠다”는 말이 떠올라서였다. 당시는 ‘정원사’로서의 새로운 삶이 매우 만족스러워 보였고, 그의 경력이 보여주듯 이 분야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없지 않았다. 그는 그러나 기자의 질문에 “재미있다”는 짧은 답변만을 남겼다.

 진 전 장관은 아직 하이닉스 사장설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보도내용만 보면, 그가 하이닉스 측의 결정에 따라서는 당장이라도 이동할 것처럼 읽힌다. 기자는 사장설이 봇물처럼 쏟아지던 20일 스카이레이크 측으로부터 “하이닉스에서 요청을 받지도 않았으며 갈 의향도 없는 것으로 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제는 진 전 장관이 직접 입을 열어야 할 때다.

김준배기자·정책팀@전자신문,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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