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형 유통업체인 베스트덴키가 한국에 진출한다. 베스트덴키와 국내 테크노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프라임개발은 한국내 가전유통법인 설립을 전제로 한 상호협력 의향서를 교환했다. 유통업체의 특성상 그 뒤에는 수많은 제조업체가 늘어서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베스트덴키의 한국 진출이 일본 가전업체들의 한국전시장 진출의 물꼬를 터주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사실 그동안 한국의 가전유통 시장은 외국 유통기업에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다. 한국의 가전유통 시장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세계 초대형 가전 제조업체들의 대리점 중심으로 형성된 지극히 폐쇄적인 구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 10년 전부터 대형양판점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제는 제조업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양판점 중심의 유통구조로 점차 전환되고 있다. 일본 가전유통업체들이 과거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한국 시장을 넘보기 시작하는 것도 이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일 것이다.
베스트덴키는 일본에만 550여개에 이르는 유통망을 갖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지만 일본 내에서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베스트덴키는 일본 가전유통업체 중 가장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하고 있다. 해외 진출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면 당연히 공격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 내 1호 매장 규모를 우리나라 평균 매장보다 5배 이상 큰 2000평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해준다. 더구나 한국 내 파트너가 이미 한국의 가전유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테크노마트다. 일본의 선진유통 경험과 한국만의 독특한 유통 노하우가 결합한다면 예상치 못한 파괴력을 가져올 수도 있다.
취급상품 역시 고가와 초저가 등으로 양극화할 경우 고가제품으로는 일본산, 저가제품으로는 중국산 등이 베스트덴키를 통해 국내에 대거 유입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에 따라 특히 국내 중소 가전업체들에는 새로운 위협으로 다가올 공산이 크다. 또 그동안 한국 시장 진출을 호시탐탐 모색해온 일본 가전업체들로서는 베스트덴키를 활용할 경우 큰 위험부담 없이 한국시장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다. 이미 한국에 진출한 일본 업체들도 든든한 지원군을 만나게 된다. 지금까지는 한국 가전 시장의 변방에 머물렀던 일본 제품들이 중심으로 옮길 수 있는 호재를 만나는 셈이다. 유통뿐 아니라 제조업체들도 긴장해야 하는 이유다.
일본 가전유통업체들의 공세가 이제 눈앞에 와 있는 만큼 국내 유통업체는 물론이고 가전업체들도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일본업체들은 이미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전유통 시장의 변화를 10여년 전에 직접 겪은 베테랑들이다. 우리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국내 기업보다 한 발 앞서 제공해줄 수 있으며, 전혀 새로운 유통방식으로 가전유통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국내 유통기업들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버려야 한다. 열린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경쟁력을 높이는 것만이 일본 유통업체의 한국 진출로 현실화된 위기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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