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홈 혁명, 거실을 잡아라]1부 넘나들기 시작됐다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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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통신·방송진영 `정중동`

 디지털홈 주도권을 향해 PC진영과 가전진영이 치열한 각축전을 보이는 가운데 통신진영과 방송진영의 움직임은 다소 소강 상태다. 국내 디지털홈 산업이 크게 힘을 받지 못하는 것도, 가전·전자제조업체, 건설업체, 통신사업자 등 3대 디지털홈 동력 중 통신사업자들이 ‘정중동’으로 수면 밑에 잠복해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홈네트워크가 구축·제공되는 모델은 △전자업체와 건설업체간 제휴 △통신업체와 홈오토메이션(HA)업체간 제휴 △건설사와 SI업체간 제휴 △건설사가 HA 자회사를 두는 형태 등이다. KT는 초고속인터넷 망과 홈오토메이션(HA)망을 통합, 올(ALL) 인터넷프로토콜(IP) 기반의 홈네트워크 전략을 펴고 있다. 단순히 망사업자에 머무르지 않고 솔루션, 기기, 콘텐츠 등을 총망라해 제공하는 종합서비스사업자(TSP:Total Service Provider)를 추구하는 셈이다.

 통신진영은 그러나 최근 2∼3년간 홈네트워크 비즈니스 모델 부재와 함께 IPTV 등 각종 법적 규제로 인해 디지털홈 전략에서 밀려나는 분위기다. 또 방송진영은 이제야 겨우 디지털홈을 추진할 만큼 사업자 규모를 키운 데다, 디지털방송 전환이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새로운 디지털홈 진영으로 떠오르지 못한 채 남아있다.

 KT의 한 관계자는 “홈네트워크가 아직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KT의 또 다른 부장은 “IPTV가 어떤 의미에선 통신사업자가 홈네트워크로 들어가는 입구일 수 있는데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KT가 사정이 이렇다보니 하나로텔레콤 등 후발사업자들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T는 그러나 디지털홈 시장에 대한 관심을 꾸준하게 보이고 있다. KT의 김재동 부장은 “홈네트워크가 구축되는 동향을 보면 월패드 중심의 기기제어·시큐리티·생활편의 등의 서비스에서 엔터테인먼트·교육·인포메이션 등의 기능이 부가되는 서비스가 추가되는 방향”이라며 “향후에는 월패드와 IPTV 등을 기반으로 하는 종합적인 미디어 서비스와 정보서비스가 보편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T는 장기적으로 HA업체와의 제휴 강화와 대상 영역 확장을 추진 중이다. 또한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IPTV·VOD 등의 엔터테인먼트서비스, 홈포털을 이용한 정보서비스를 확대 제공해 나갈 방침이다.

 케이블TV사업자(SO·종합유선방송사)들은 최근 2년새 디지털홈 전략을 짤 정도의 규모를 갖춘 사업자가 태동하기 시작했다. 지역사업자인 SO들이 시장 내 인수합병을 통해 가입자 200만 가구를 넘는 중견서비스사업자로/ 성장한 것. 티브로드, CJ케이블넷, 씨앤앰커뮤니케이션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CJ케이블넷은 CJ그룹의 자회사로서 미디어 분야의 다른 CJ계열사와 함께 디지털홈의 콘텐츠 공급자로 발돋움할 잠재력을 갖췄다. CJ홈쇼핑, CJ미디어, CJ엔터테인먼트, CJ인터넷, CJ엠넷미디어, CJ뮤직, CJCGV, CJ조이큐브 등이 바로 그들이다.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의 장태우 팀장은 “케이블사업자의 입장에선 △인터넷의 확장 서비스 △셋톱박스를 중심으로 한 부가 서비스 △기존 홈네트워크 솔루션과 제휴한 형태의 서비스 등으로 나눠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SO는 그러나 디지털홈 테두리로 진입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디지털전환에서 병목에 걸려있다. 전체 케이블TV 가입수는 1400만 가구지만 이 가운데 디지털케이블TV 가입은 30만가구 수준에 겨우 턱걸이하는 수준이다.

 올해 가장 치열한 융합(컨버전스)과 경쟁(컨피티션)이 치러질 시장은 통신과 방송이다. 그간 방송은 이른바 ‘공중파’로 대변되면서 방송국에서 가정의 TV로 무료방송을 보내왔다. 그러나 케이블TV 가입자가 1000만 가구를 넘으면서 집안까지 케이블선이 진입했다. 이같은 조건은 통신이 그동안 누려온 가장 강력한 도구였던 각 가정까지 이어진 네트워크망에 도전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통신과 방송간 융합 및 경쟁은 디지털홈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가정의 기기들을 가정 밖과 연결시켜 줄 수 있는 도구는 통신사업자가 첫 손에 꼽혔다. KT·하나로텔레콤 등 통신사업자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수가 1300만 가구에 달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케이블TV사업자(SO·종합유선방송사)는 전국 1400만 케이블TV 가입가구를 바탕으로 망 고도화를 추진해 왔다. 디지털홈으로선 이제 두 가지 선택이 가능해진 셈이다.

 통신진영과 방송진영간 경쟁은 그러나 국내에선 디지털홈 장악보다는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전화+방송+초고속인터넷) 시장 선점 측면이 강하다. KT등은 시내외·국제전화 시장은 물론이고 초고속인터넷 시장까지 장악한 상황에서 이제 IPTV 등을 앞세워 방송시장까지 노리는 형국이다. 반면 케이블TV사업자들은 방송 시장을 지키는 동시에 초고속시장의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올해 중 인터넷전화(VoIP)의 본격적인 서비스도 예견된다. 두 진영 모두 물러설 수 없는 경쟁인 셈이다.

 TPS경쟁의 승리자가 디지털홈에 엔터테인먼트 및 콘텐츠를 제공하는 파이프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통신·방송의 역할

 디지털홈은 사용자에게 즐겁고 편리하고 안전한 삶을 부여하는 새로운 생활 형태다. 통신·방송은 이런 디지털홈을 구현하는 데 꼭 필요한 ‘외부와 내부(가정)’간 네트워크 환경을 구성한다. 외부의 네트워크는 가정의 삶을 위해 필요한 각종 서비스와 콘텐츠를 원활하게 가정까지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통신진영은 ADSL·VDSL·FTTH 등 초고속인터넷망이나 이동통신망, 그리고 와이브로(휴대인터넷), 무선랜 등을 갖춰, 이미 역할 수행을 위한 준비가 끝난 상황이다. 방송진영은 케이블TV망이나 위성망이 존재한다. 방송진영도 전국망을 갖춰 통신진영에 버금가는 형국이다. 방송진영은 그러나 디지털홈의 네트워크로서 필수적인 양방향성이 통신망보다 뒤처지는 데다, 디지털방송 전환도 지체되면서 디지털홈 경쟁에선 한 걸음 뒤에 물러서 있다.

 통신·방송진영은 물리적인 연결 고리 역할에만 만족하고 있지는 않다. 디지털홈이 얻어야 할 외부 정보들, 이를테면 엔터테인먼트·원격교육·게임·음악 등 양방향 디지털콘텐츠 공급자로서 영역 확장을 준비 중이다. 디지털홈 내부에선 PC진영과 정보가전진영에 밀리지만 이같은 외부와의 연결 측면에선 승산이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정부는 `통신 진영`편?

 디지털홈 시장 규모는 무엇보다 주택 시장 규모와 연동한다. 주택 시장 전체 규모는 2005년의 1580만 호에서 2010년까지 1900만 호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부터 2010년까지 홈네트워크가 적용되는 신축아파트 규모는 약 100만여 호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홈네트워크 범위를 규정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어렵지만 서비스시장과 장비시장으로 구분해보면 2005년 매출이 1조892억 원으로 전년대비 53.3%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장비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87%에 달한다. 서비스 시장은 설비운영위주의 인프라서비스, 콘텐츠 제공 서비스, 구축 및 솔루션 개발 서비스로 구분하며 향후 엔터테인먼트·건강·교육 등의 응용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확대돼 신규로 공급되는 주택에서 채택하는 비중이 2010년에는 60% 가량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도 디지털홈의 서비스 시장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전략으로, 정부의 의중은 u홈전략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표 참조>

 정부는 민간과 역할 분담을 통해 u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몫으로 △디지털홈 구현을 위한 홈네트워크 기술 개발 △홈네트워크 산업활성화 추진위원회 △u홈 건설협의회 등을 추진 중이다. 디지털홈 구현을 위한 홈네트워크 기술 개발로는 고속 UWB 및 저속 WPAN 단일칩과 솔루션 지속 개발, 통신·방송 융합 및 유비쿼터스 홈 서비스를 위한 기술개발을 추진한다. 홈네트워크 산업활성화 추진위는 통신·방송·건설·가전 등 이종 분야가 융합된 홈네트워크산업 시장 활성화를 위한 산업계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일각에선 정부의 정책방향이 통신 진영 친화적인 측면을 지적한다. 디지털홈에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를 공급할 주체로서 방송보다는 통신사업자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

 반면 이를 현재 기술 및 시장 상황에 따른 것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케이블TV 진영은 디지털홈과 연계하기 위해 필수적인 디지털 전환에 발목이 잡혀 아직 디지털홈의 파트너로 나서기엔 힘이 부치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