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2차전지]2차 전지 1위 고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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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1위 고지가 목전이다.

스토리는 D램, LCD와 비슷하다. 지난 91년 소니가 리튬이온 전지를 상용화한 이후 일본기업은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왔다. 국내 업체들은 이보다 8년 늦은 지난 99년 LG화학이 가장 먼저 상업 생산을 시작했고 이듬해 삼성SDI가 시장에 참여했다. 사업 초기 국내 기업은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사업 포기설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삼성SDI가 3위, LG화학은 5위 생산업체로 우뚝섰다. 올해는 각각 한 단계씩 상승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삼성SDI는 올해 전지부문에서 1조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LG화학은 6000억원의 매출 목표를 수립했다. 전년 대비 30∼40%로 늘어난 수치다. 시장 분위기도 국내 기업들에 우호적이다.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해왔던 소니·산요 등이 지난해 이차전지 폭발 등의 문제로 리콜을 당하면서 국내 제품의 신뢰성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이후 소니의 노트북 PC용 리튬이온 배터리는 과열·발화 등의 이유로 세계 PC제조사들로부터 잇따라 리콜됐다. 소니는 총 800만개 이상의 배터리 리콜로 인해 400억엔(약 3100억원)대의 대규모 손실을 볼 전망이다. 한마디로 지난해 장사를 다 망친 셈이다. 더욱이 도시바를 시작으로 후지쯔·델·애플·레노보·히타치제작소·샤프 등이 잇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이어서 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초에는 산요전기의 휴대폰 배터리가 과열과 파열로 인한 부상 등으로 대규모 리콜 사태에 직면했다. NTT도코모는 미쓰비시전기가 제조한 휴대폰에 내장된 충전지가 발열, 폭발될 위험이 있어서 130만개를 리콜했다. 문제의 배터리는 산요의 자회사인 ‘산요GS소프트에너지’가 제조한 것으로 미쓰비시전기가 생산한 ‘D902i’에 내장됐다. 소니와 산요의 리콜 배경에는 국내 업체를 견제하려다 악수를 뒀다는 분석이다. 소니의 경우 지난해 초 2위 수성을 위해 단가도 파격적으로 낮추고 물량공세에 나섰다. 결국 이러한 무리수가 리콜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일본기업들의 국내 기업에 대한 견제는 2차 전지 업체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업체들이 최근 전지 소재 분야에까지 진출하자 견제는 더욱 심해지고 있는 추세다. SK주식회사와 도넨과의 특허 분쟁이 단적이 예다. SK가 지난 2005년 12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리튬이온전지 분리막 양산에 들어가자 그동안 아사히 화성과 국내 시장을 양분해온 도넨은 곧바로 특허 침해 소송에 들어갔다. 리튬이온전지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고 수십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기공을 통해 전해질 이온을 통과시키는 리튬 이온전지의 핵심부품이다. 기술적인 배경이 다름에도 도넨은 SK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SK가 최근 특허 분쟁에서 승소했다. 도넨의 특허 소송 배경에는 SK가 국내 업체에 공급하는 것을 최대한 막아보자는 견제 의도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앞으로도 이러한 사례는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지 산업 자체도 거대 시장이지만 휴대폰·노트북·PDA·디지털카메라 등 휴대형 IT시장에서 일본이 주도권을 쥐는 데 전지는 꼭 필요한 기술·산업이기 때문이다. D램과 LCD처럼 일본과 한국의 2차 전지 대전이 한국의 승리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일본의 수성으로 결론지어질지 전 세계 IT기업의 관심이 집중된다.

<용어해설>

이차전지

한 번 사용하면 다시 사용할 수 없는 일차전지와 달리 이차전지는 방전이 될 경우 충전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전지를 뜻한다. 이차전지에는 자동차에 사용되는 납축전지와 전동공구, 범용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니켈카드뮴 및 니켈 수소전지 그리고 노트북PC, 휴대폰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전지로 나뉜다. 시장 규모는 지난 2005년 기준으로 납축전지 112억달러, 리튬이온전지 47억달러, 니켈카드뮴 및 니켈수소 전지가 20억달러 정도다. 국내 업체들은 대부분 시장이 확대되는 리튬이온전지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