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학계를 강타했던 표절 논란이 새해에도 되풀이되고 있다.
학계의 표절 문제는 지난해 7월 김병준 교육부총리를 사퇴케 하는 결정적 원인으로 급부상한 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고려대 이필상 신임 총장의 제자 지도논문 표절 의혹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새해 벽두에는 연세대 마광수 교수가 20여년 전 홍익대 재직시절 제자가 썼던 시를 지난해 자신의 시집에 실은 것이 밝혀져 물의를 일으켰다.
문화계와 예술계에도 표절 시비가 끊이질 않는다. 불과 보름 전에는 유명 사진작가 콜버트의 작품을 본뜬 삽화를 책 표지와 속지에 그려 넣어 ‘인생수업’을 발간한 출판사 대표가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주부터는 광고음악 ‘&design’이 가수 조덕배의 22년 전 곡 ‘나의 옛날 이야기’와 유사해 표절 시비가 일고 있다. 갈래를 가리지 않고 표절이 횡행하고 있다.
표절은 명백한 불법 행위다. 그런데도 표절의 중심에 서 있는 이들은 이를 ‘과거의 보편적 관행’이라고 해명한다. 여기에는 ‘지금까지 그래 왔는데 문제될 게 뭐가 있느냐’는 식의 불만도 섞여 있다. 도덕 불감증에서 오는 심각한 후유증이다.
급기야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칼을 빼 들기에 이르렀다. 해당 연구원이 두뇌한국(BK)21 사업을 수행하면서 논문 표절이나 중복 투고, 짜깁기, 실적 부풀리기 등 연구 윤리를 위반하면 지원금을 물어내게 하고, 사업에서 퇴출시키는 등의 엄격한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문제의 근원지인 대학도 바빠졌다. 고려대는 금명간 표절 등 연구윤리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고 서울대 역시 논문 표절 및 중복 게재 등에 관한 지침을 상반기에 마련하기로 했다.
안정효의 소설을 극화한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가 떠오른다. 할리우드 영화에 빠져 살던 병석은 훗날 공들여 완성한 시나리오를 영화감독이 된 죽마고우 명길에게 전한다. 치밀한 극 전개, 완벽한 대사의 시나리오는 영화로 만들어져 대성공을 거둔다. 뒤늦게 영화 속 명장면 명대사가 50, 60년대 할리우드 영화의 짜깁기였음을 깨달은 명길은 병석에게 이를 따져 묻는다.
병석은 이런 말을 던진다. “나도 내 작품인 줄 알았어.” 불감증에 자신도 속아 표절을 저지르고 만 병석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최정훈 차장·솔루션팀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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