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 "올해는 장기 전략이다"

 올해 다국적 컴퓨팅 기업들이 3년 이상을 내다본 새로운 중장기 매출 극대화 전략을 잇따라 내놓아 업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경쟁사 시스템을 통째로 바꾸는 ‘윈백’을 기치를 내세운 최근 2∼3년의 ‘단타’ 전략과는 달리 장기적인 안목의 신성장 구심점 찾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그동안 다국적 기업이 가격 경쟁으로 인한 출혈 경쟁이 적지 않았던데다, 올해는 금융권 등 차세대 프로젝트 수요 증가로 어느 정도 여유를 찾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수합병한 제품을 챙겨라=한국HP와 한국EMC는 인수합병(M&A)한 소프트웨어 제품에서 새로운 매출 성장엔진을 찾았다.

 지난해 ‘머큐리’ 인수라는 대형 딜이 있었던 한국HP는 올 1분기 내에 머큐리 한국지사를 통합한 새로운 소프트웨어 팀을 발족시키고 HP와 머큐리 제품을 통합한 제품군을 선보인다. 한국HP는 이 제품군을 금융권 등 대형 차세대 프로젝트에서 IT 복잡성을 해결하는 HP만의 차별화 요소로 적극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한국EMC는 지난해 인수한 보안 솔루션 RSA를 비롯해 레카토, 다큐멘텀 등 M&A한 솔루션만 전담하는 ‘오픈소프트웨어부’을 새롭게 조직했다. 부서 요직을 외부 인사로 채운다는 방침을 대내외에 공표할 정도로 인재 물색에도 적극적이다.

 김경진 한국EMC 사장은 “하드웨어 중심의 영업 스타일과 수익 구조 탈피만 해도 10% 매출 성장과 수익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력사를 다각화하라=한국썬과 한국후지쯔는 협력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썬은 조만간 x86서버 영업을 담당할 대형 총판 1∼2개를 경쟁사로부터 윈백할 계획이다. 유원식 한국썬 사장은 “로엔드 유닉스 서버 시장의 점유율은 이미 50%에 육박하고 있어 x86서버로 눈을 돌렸다”면서 “채널은 한번 구축해 놓으면 반복 비즈니스가 가능하기 때문에 매출 확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한국후지쯔는 지방 협력사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후지쯔 관계자는 “그동안 다른 다국적 기업들이 수익성을 핑계로 지방 영업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면서 “이러한 분위기에서 한국후지쯔는 분기에 한번 이상 대전·대구·광주·부산 등 지방 거점 도시를 순회하면서 지방 채널 육성에 나서 후지쯔 제품 우수성을 각인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미답지를 개척하라=한국IBM는 원천 기술 판매로 컴퓨팅 분야의 블루오션을 찾겠다는 각오다.

 한국IBM은 IBM 반도체 칩과 임베디드 SW를 파는 조직을 테크놀로지콜레버레이션솔루션즈(TCS)로 확대개편하고,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의 전산 부서가 아닌 기술 개발 부서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기술 판매야말로 가격 경쟁을 지양하고 IBM과 고객의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는새로운 경쟁력이라는 것.

 한국유니시스는 인구 고령화로 비슷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보건분야 IT시장 선점에 나선다.

 강세호 한국유니시스 사장은 “내년에는 중대형 컴퓨터과 IT아웃소싱과 함께 보건분야 IT시장 발굴을 3대 과제로 선정했다”면서 “특히 디지털 요양시설인 ‘실버릿지케어센터’ 시범 사업 참여로 획득한 노하우를 적극 활용, 추가 레퍼런스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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