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수출 한국호`의 돛을 드높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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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성인/459

새해 아침은 달력을 새로 내거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각자가 새로운 꿈과 희망을 설계하는 시간이다. 지나간 일을 뒤돌아보고 나은 미래를 위해 각오를 새롭게 하는 일이 중요한 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이나 국가경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돌이켜보면 지난해는 다사다난이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고금리·고유가·원화절상 등 기업경영 면에서의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그래도 무역가도에서 바라보는 2006년은 성과가 컸다. 무엇보다 세계 11번째로 수출 3000억달러를 달성했다. 지난해 수출은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환율이 곤두박질치는 가운데서도 연말까지 3260억달러에 다다른 것으로 추산된다.

 수출이 1억달러를 넘어선 지 42년 만에, 2000억달러를 넘어선 지 불과 2년 만에 3000억달러를 달성한 것에 대해 나라 밖에서는 ‘한국이 또 한번 일을 냈다’며 놀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실례로 LA 타임스는 작년 12월 초 한국이 G7과 중국 다음가는 세계 수출의 큰손으로 등장하는 기적을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나는 해외방문 현장에서 우리나라가 후발개도국에 희망을 심어주는 표본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수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좁은 땅, 축적된 부나 부존자원이라고는 이렇다 할 것이 없었던 빈곤국에서 시작해 이뤄낸 우리의 압축성장은 아무나, 또 언제나 이뤄낼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웬만한 저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오랜 질곡에 가두어져 있던 한국인의 뛰어난 잠재력이 수출입국의 기치 아래 한꺼번에 분출된 덕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주역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인과 근로자, 정부가 모두 제 몫을 다했다는 점에서 특히 그러하다.

 밝아온 정해년은 한국의 전환기다.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특히 대전환기에 해당한다. 그간의 수출신장 덕택에 새해에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정착시켜 선진국으로 진입하느냐, 아니면 선진국 문턱에서 계속 기웃거리고 말 것이냐의 갈림길에 섰다.

 좀더 나은 미래를 갈구하는 것은 사람의 한결같은 속성이다. 이 점에서 선진국 진입은 국민 모두의 꿈이 어우러진 결정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선진국 진입은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이뤄지는 일이 아니며 이를 위해 넘어야 할 고개는 높고 힘겹다. 10년 전 IMF 사태는 방심을 하다가는 언제든지 이류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준 사건과 다름없다.

 ‘수출 한국호’는 3000억달러 돌파를 계기로 5년 후 무역 1조달러 달성이라는 기치를 새로이 내걸었다. 전환기를 맞이한 한국 경제가 선진국으로 자리를 굳히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에서다. 새해는 이를 향해 출항에 나서는 첫해에 해당한다. 우리 앞에 놓인 항로는 과거보다 더 험난할 수 있다. 중국을 비롯한 후발국들이 빠른 속도로 우리 시장을 잠식하고 있으며, 우리를 견제하는 손길도 많아져 더 큰 지혜와 슬기가 필요하다.

 당장 중요한 것은 지난 4년간 두 자릿수 수출신장의 여세를 몰아 새해에도 두 자릿수를 유지하는 일이다. 새해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룬다면 이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60년대 경제개발 초창기에 이어 두 번째로 5년 연속 두 자릿수 수출증가율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미리 살펴보는 새해 수출 한국호의 시계는 그리 밝지 못하다. 세계 경제의 둔화, 환율 불안, 고유가를 비롯해 국내외 경제연구소들의 무역환경 전망에서는 우리 기업이 믿을 만한 구석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경제 외적인 면에서의 불확실성도 크다고들 한다.

 결국 새해 우리 경제와 수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강인한 도전정신이다. 폭풍우가 휘몰아칠 때 움츠리지 않고 돛을 드높이는 기업의 벤처 혼은 2007년 우리 경제의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느냐를 좌우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여건이 어려울수록 경영혁신, 신상품 개발, 기술투자, 해외시장 개척에 더욱 매진하는 기업의 노력에다 근로자들의 창의력, 적절한 정부정책이 어우러진다면 수출 한국호는 선진국을 향해 쾌속 항진을 하게 될 것이다.

 이희범 한국무역협회장 heebl@kit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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