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어수선했던 병술년 한 해를 서둘러 보내버리고 600년만의 황금돼지해라는 정해년을 맞기에 한껏 들떠 있다.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깔끔한 기분으로 즐거이 새해를 맞는 사람에게도 마지막 석양 노을은 왠지 우울해 보인다.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꼭 해결돼야 할 현안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해를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IT업체들의 한결같은 바람인 통·방융합이 그렇고 하이닉스의 미래가 달린 이천공장 증설과, 탱크주의 부활을 바라는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새주인 찾기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새해에는 십년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듯 이 난제들이 속시원히 해결됐으면 하는 소망이 더욱 간절하다.
◇한 세월 통·방 융합=통신과 방송 융합을 상징하는 IPTV 서비스에 대한 법제화는 올 한 해 수많은 논의를 거쳤지만 결국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미 지난 6월 말 기준 세계 IPTV 가입자 수가 295만이나 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도입 논의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정통부와 방송위원회가 공동으로 ‘IPTV시범사업공동추진협의회’를 구성하고 지난 11월부터 연말까지 두달간 시범사업을 실시한 것이 성과다. 하지만 본격적인 도입을 위해 논의가 계속돼야 하는데도 통·방융합을 둘러싼 기구개편 논의에 밀려 IPTV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당초 올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던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을 위한 법안도 해를 넘겨 내년 초에나 제출될 예정이다. 노준형 정통부 장관도 28일 이와 관련, “2월 임시국회에서도 공청회 등 필요한 시간 등을 고려하면 방송통신위원회 법안의 처리가 어려울 것같다”며 “긴 준비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업계는 한결같이 “포화된 통신서비스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데 산업이나 경제논리가 아닌 다른 잣대로 이 사안을 재단해 손을 놓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넘어 산인 하이닉스=한국 산업계 역사상 가장 극적인 재기신화를 이룩한 하이닉스반도체가 새로운 태산 앞에서 멈칫거리고 있다. ‘세계 최고 수율’ ‘세계 유례 없는 단일팹 최대 생산(월 14만장)’ 등의 찬사를 받으며 다시 한번 세계 최고 반열에 오르기를 꿈꾸었지만 이천공장 증설이라는 덫에 걸렸다. 삼성전자가 ‘화성·기흥 세미콘클러스터’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동안 하이닉스는 수도권 공장증설 규제로 이천 세미콘클러스터 조성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지난달에는 수도권규제가 일부 풀렸지만 하이닉스의 이천공장 증설은 환경규제 때문에 다시 보류됐다. 50나노 이하 차세대 첨단 팹을 건설해야 하는 하이닉스는 하루가 급한데 올해 말로 기대됐던 증설 허용 여부조차도 내년에나 알 수 있게 됐다.
주덕영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대만은 범국가 차원에서 반도체를 육성하면서 국토 종단 10㎞ 당 1.6개 꼴로 팹을 갖고 있어 대만섬 자체를 ‘실리콘 아일랜드’로 부를 정도”라며 “턱밑까지 쫓아 온 대만의 성장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이천단지 규제는 긍정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언제나 탱크 같은 주인을 맞나=1974년 ‘대우전자’로 출발해 90년대 ‘탱크주의’를 앞세워 LG전자·삼성전자와 가전 3강 구도를 형성했던 대우일렉의 매각은 국내외적인 관심사였다. 그러나 지난 10월 시작된 대우일렉 채권단과 비디오콘과의 매각 협상 작업은 결국 매각 대금을 놓고 진통을 겪다가 연내 종결되지 못했다. 대우일렉 채권단은 비디오콘-RHJ인터내셔널 컨소시엄과 10월 양해각서(MOU) 교환 이후 한 달간 정밀 실사를 거쳐 연내에 본계약을 할 예정이었다. MOU상의 매각 가격은 7000억원이었지만 비디오콘 컨소시엄 측이 7000억원에서 가격조정폭 5%와 우발 채무로 인한 조정폭 8%를 합한 13% 수준의 가격 인하를 요구하면서 결국 협상이 마무리되지 못했다.
새해에도 비디오콘 컨소시엄과 채권단이 만족할 만한 서로의 수정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업계에서는 내년에 주요 IT 기업의 매각이 줄줄이 예상되는만큼 대우일렉의 이번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올바른 매각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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