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구매 경쟁력 제고와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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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고객은 최저가 구매를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RFID 리더를 구입하거나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수요처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품질의 중요성을 설득하는 것은 지난한 작업이다. 그러나 조금만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본다면 현행 구매방식 전환의 필요성을 알게 된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구매경쟁력에 관한 좋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2004년 그리스 축구대표팀이 유로2004 결승전에서 포르투갈을 1 대 0으로 꺾고 우승한 것은 모든 축구전문가의 예측을 벗어난 대이변이었다.

 아디다스는 단기간에 14만5000장의 그리스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유럽 전 지역 매장에서 판매했다. 수익도 엄청났다. 아디다스는 2004년 한 해에만 총 130만장의 축구팀 유니폼을 팔았으며 축구부문에서 9억유로(약 1조1000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이렇게 단기간에 그리스 대표팀 유니폼을 차질 없이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은 아디다스 글로벌 구매팀의 맹활약 덕분이었다.

 아디다스 구매팀은 그리스 우승이 확정되자 즉시 글로벌 공급자망을 가동했고 원단구매·섬유염색·유니폼제작·물류 등을 담당할 동남아시아 업체를 발굴해 유럽 각국의 아디다스 지사가 원하는 물량을 적시에 공급한 것이다.

 일본 도요타의 성공 요인은 여러 가지가 꼽힌다.

 이 가운데서도 우수 협력사와 10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하고 우수한 기술·품질 및 가격 경쟁력을 갖춘 탄탄한 협력사망을 구축한 것이 가장 큰 성공요인 중 하나라는 데 이견이 없다. 반면에 포드는 단기적인 원가 절감을 위해 장기적인 협력사망을 구축하지 못한 것이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자체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의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고객 요청에 의해 차별화된 출입통제시스템 또는 RFID솔루션이 컨설팅되고 기술제안이 완료되면 경쟁사는 더욱 저렴한 가격을 제시한다. 제안금액은 구매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다.

 과연 이러한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까. 물론 아니다.

 많은 경우 문제가 생기고 고객이나 수주업체는 오히려 이러한 기술이 상용화되기 이르다는 이상한 변명만 늘어놓는다. 애프터서비스(AS)도 되지 않아 많은 업체가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구매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 많은 기업은 가장 싼 가격에 물건을 사는 것을 구매 목표로 삼고 매번 입찰가격이 가장 낮은 업체에 발주를 하곤 한다. 하지만 글로벌 선진 기업이 구매를 할 때 생각하는 비용 개념은 다르다. 당장 싼 가격이 아니라 이 물건을 공급받아 사용하는 모든 과정에 발생하는 총비용, 즉 총소유비용(TCO:Total Cost of Ownership)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현 정부 출범 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은 수차례 강조됐다. 많은 아이디어도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이 과연 우리 중소기업 또는 대기업에 진정으로 피부에 와 닿을지 의문시된다. 진정한 상생은 정부의 정책이나 특별한 아이디어에 의해 이뤄지지 않는다. 대기업의 일회성 사회 봉사 활동도 아니다. 경쟁력 있는 구매와 탄탄한 공급자망(網)이 회사 전체의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이라는 전략적 시각에서 접근했을 때에만 자발적인 상생방안이 나올 수 있다.

 이제는 모든 대기업이 단기적인 이익확대 관점에서의 경쟁력이 아니라 총비용관점에서 구매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우수 협력업체를 상생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발굴·관리해야 한다.

 또한 상호 기술개발, 아이템 발굴, 해외 공동마케팅으로 상호 윈윈해야 한다. 우리 대기업도 아디다스, 도요타와 같은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될지, 하락곡선을 그리는 포드와 같은 회사가 될지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이원우 디앤에스테크놀로지 사장 wwlee@dn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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