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을 쏙 빼닮은 인간형 로봇 개발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두 발로 걷는 로봇인형 따위가 국가경쟁력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전시효과의 마취에서 벗어나라는 둥 인간형 로봇을 일종의 거품으로 간주하는 비판적 언론기사가 간간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노래 부르는 인간형 로봇 ‘에버투’가 한 전시회에서 작동이 되지 않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에버투는 고장이 아니라 제대로 조립할 시간이 부족했을 뿐이었지만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가 터지면서 개발팀은 큰 낭패를 겪어야 했다. 지난 2004년 휴보가 처음 나왔을 때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의 아시모와 맞먹는 인간형 로봇이 나왔다며 신문·방송이 격찬하던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진 셈이다.
사람처럼 생긴 인간형 로봇은 애당초 실용성보다 시연효과를 노리고 제작된다. 로봇이 두 발로 걷는다고 해서 당장 실용적인 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온갖 전시행사와 유명가수의 콘서트에 인조 인간이 단골로 출연하는 상황이 국내 로봇산업의 경쟁력과 별 상관이 없음은 기자도 인정한다. 그렇지만 인간형 로봇을 전시성 정책의 대표적인 거품으로 간주하려는 일부 시각에는 반대를 표하고 싶다.
인간형 로봇은 사실 가장 적은 돈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한 저비용 고효율의 성공작이다. 휴보를 비롯한 인간형 로봇개발에 지원되는 돈은 국내 로봇 연구개발(R&D) 자금의 1%에도 못 미친다. 나머지 99%의 정부예산은 나라를 지키는 국방 로봇, 노약자를 수발하는 헬스케어 로봇 등의 실용 로봇 연구에 투입되는 형편이다.
일부 냉소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인간형 로봇은 CNN 같은 외국언론이나 한국을 방문한 국빈에게 IT코리아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10억원도 안 되는 비용으로 이만한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는 다른 대안이라도 있는가. 로봇기술이 훨씬 진보한다고 해도 한국 로봇산업의 마스코트 역할은 어차피 인간형 로봇이 맡아야지 청소로봇이나 무인차량이 대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인간형 로봇을 굳이 색안경을 끼고 보려는 일부 논자들은 사람 흉내를 내는 기계로봇에게 속으로 괘씸죄를 적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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