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콤이 움직인다. 한때는 휴맥스·팬택 등과 함께 대한민국 벤처 신화의 대표 아이콘으로 꼽혔던 업체다. 그런 레인콤이 새 피를 수혈받아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600억원을 투자받은 대가로 이 회사 양덕준 사장은 1대 주주 자리를 보고펀드에 내줬다. 창업 CEO로서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내던진 셈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북미 지역에서도 MP3플레이어(MP3P)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놓지 않던 레인콤이다. 애플의 저가 공세에 맥없이 왕좌를 내줬지만 이를 두고 ‘레인콤이 못해서’라고 비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애플이 너무 잘해버렸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그만큼 한국의 중소벤처 레인콤은 글로벌 거대 자본과 규모의 경제 앞에서 그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무엇보다 과거의 잘잘못을 떠나 이제는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각오로 일어설 때다. 세계 MP3P 시장은 이제 애플이 대세다. 이 기세는 결코 쉽게 뒤바뀌지 않는다. 그렇다고 레인콤이 자신의 근간인 MP3P를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 동남아나 중동 등 애플이 신경을 못 쓰고 있는 지역으로 수출처를 다변화하는 것도 틈새 전략이다. 레인콤이 오랜 기간 주목해온 네트워크형 디지털디바이스 시장도 때마침 개화 조심을 보이고 있는 HSDPA와 와이브로 등의 통신환경과 맞물려 청신호가 들어오고 있다. 새로운 수종 아이템으로 밀고 있는 전자사전은 20%대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보이며 레인콤의 숨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내년 초 신규 진출을 준비하는 내비게이터 분야 역시 앞으로 수년간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아이템이다.
문제는 시장의 신뢰다. 양 사장은 두 달 전 기자간담회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회사의 매각은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투자 유치를 통해 최대주주가 변경된 것을 사실상 매각 절차로 보는 게 시장의 냉혹한 시각이다. 양 사장의 입인 레인콤 홍보라인이 최근 줄줄이 퇴사하고, 창업공신도 하나둘 회사를 떠나는 이유 역시 신뢰의 문제와 무관치 않다.
이에 대해 레인콤으로서는 억울한 면도, 하고 싶은 말도 많을 것이다. 신뢰의 회복은 결국 ‘실적’이다. 실력으로 말하라.
류경동기자·퍼스널팀@전자신문, nin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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