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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출어람이 청어람’이라는 말이 있다. 쪽(藍)에서 나온 푸른 물감이 쪽보다 더욱 색이 진하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더욱 뛰어난 능력을 보일 때 종종 인용하는 말이다. 요즘 노트북PC와 데스크톱PC의 상황을 보면 이 말이 딱 들어맞는다. 몇년 전만 하더라도 이른바 얼리 어답터의 전유물이었던 노트북PC를 거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도 방에서만 사용 가능한 데스크톱PC보다는 실내외에서 동시에 쓸 수 있는 노트북PC를 많이 찾는 추세다.
최초의 노트북PC가 세상의 부푼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시장에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이동성에 비해 성능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빛 좋은 개살구’ 취급을 면할 수 없었다. 마이크로프로세서(CPU)가 4.0㎒, 램(RAM)이 64kb로 1MB짜리 자료를 내려받는 데 1분 이상이 걸렸으니 최근 출시되는 제품의 램이 평균 1Gb인 것을 감안할 때 너무 느린 속도에 사람들이 질려 버렸을 만도 하다.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제품은 당시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을 정도로 사양이 고급화되고 있다. 데스크톱PC에서나 가능했던 3D 게임이나 각종 동영상 작업을 수행하고 데스크톱PC를 능가하는 하드디스크 용량을 구현하고 있으며 그 판매량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내 노트북PC 시장은 작년 78만대를 출하하며 본격적인 보급 시대로 접어들었고 올해는 출하량이 지난 3분기까지 78만대를 넘어섰다. IDC는 올해 말까지 출하량이 110만대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도시바코리아를 비롯한 글로벌 PC업체도 ‘미운 오리새끼’로 여겨왔던 노트북PC 산업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게 되자 마케팅 역량을 노트북PC로 옮기는 상황이며 향후 PC 산업의 새로운 캐시카우가 될 이 시장에서의 격전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노트북PC가 이렇게 미운 오리에서 백조가 될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획기적으로 개선된 이동성과 성능, 디자인을 꼽을 수 있다. 세계 첫 노트북PC가 10㎏에 육박하는 무게였고 널리 보급되기 시작하던 시기에도 4㎏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제품은 그 무게가 1㎏ 초반에서 3㎏ 수준이고 최근 뜨고 있는 12.1인치 서브급 노트북PC는 이동성과 성능을 모두 갖추고도 그 무게가 1㎏ 초반대밖에 되지 않는다. 또 싱글코어에서 ‘듀얼코어’ ‘코어2듀오’로의 진화된 CPU는 촌각을 다투며 살아가는 비즈니스맨에게도 매력적일 만큼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둔탁하고 어설펐던 디자인은 자신만의 감각을 자랑할 수 있는 일종의 패션 아이콘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국내 IT산업의 주요 이슈는 노트북PC 산업의 장밋빛 미래를 더욱 빨리 앞당기는 촉진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와이브로의 상용화는 노트북PC를 찾는 사람을 더욱 증가시킬 것이다. 또 올 IT업계 최대 화두였던 사용자제작콘텐츠(UCC)도 노트북PC로 바로 제작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50만원에서 200만원대로 다양하게 형성돼 있는 가격대도 사용자 입맛에 맞는 구매를 부추길 것이며, 그 외에도 내년 1월 말로 예정된 윈도비스타 출시는 새로운 기능과 3D 기능 향상을 탐내는 노트북PC 잠재고객의 구매를 이끌어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업계에서는 당장 내년에 ‘1인 2노트북PC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IDC 자료에 근거해 2010년 전체 PC 가운데 노트북PC 비중이 50%까지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밝은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80년대 대형 오디오로 음악을 듣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시절, 워크맨은 걸으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해 일대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노트북PC 또한 데스크톱PC의 그늘을 벗어나 그 시절의 워크맨처럼 당당히 PC 시장에서 돌풍의 주역으로서 성장할 수 있기를 내심 기대해본다.
◆차인덕 도시바코리아 사장 idcha@toshib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