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디스플레이 업계의 가격 담합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국을 비롯한 EU·일본·대만 등 주요 언론은 각 나라 공정거래기관이 전 세계 시장 지배업체를 상대로 가격 카르텔을 조사 중이라는 내용을 연일 ‘비중 있는 뉴스’로 쏟아내고 있다. 첫 보도가 나간 시점이 지난 월요일(11일)이고 이후 새로운 ‘팩트’가 없지만 각국의 주요 언론은 지나칠 정도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물론 우리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직접 걸려 있는 사안이니만큼 국내 산업계와 언론의 관심도 지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혐의가 있어 조사 중이라는 것 빼고는 섣부른 예단이 힘든 시점이다. 진척된 내용이 없을 뿐더러 이제 조사가 시작됐고 법정 공방까지 거친다면 최소 2∼3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가격 카르텔 자체는 분명 산업계의 뜨거운 이슈지만 가장 중요한 심의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상황은 이렇지만 벌써 일부 언론에서는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득실을 따지기에 분주하다.
실제로 이번 사안에는 상당히 많은 나라가 관여돼 있다. 또 산업 속성상 이해관계도 첨예할 수밖에 없다. 이들 중에서 가장 관심을 보이는 미국과 EU는 판결 결과를 떠나 가장 실속을 챙길 수 있는 나라다. 패널부터 완제품까지 대부분을 다른 나라에 의존하는 수입국이기 때문이다. 대신 다수의 생산기지를 둔 주요 수출국인 우리나라·일본·대만은 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주요 시장 지배업체를 거느린 우리나라도 자칫 국가적인 망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언론 보도 행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 등은 이번 사안을 액면 그대로 전하면서도 카르텔 배경으로 한국과 대만 업체의 저가 공세를 꼽는 등 우회적으로 여론을 몰아가는 분위기다. 대만 언론도 후발 주자인 대만 업체가 선발 격인 한국과 일본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며 화살을 한국과 대만으로 돌리고 있다. 이래저래 세계 시장의 지배사업자로 떠오른 국내 업체만 견제를 받는 형국이다.
독점과 불공정 행위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하지만 LCD는 반도체와 함께 국내 기업이 힘들게 일궈낸 알짜배기 수출 품목이다. 명확한 판결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이런 분위기가 국내 업체를 ‘글로벌 희생양’으로 몰아가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강병준기자·글로벌팀@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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