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TV 판매가 오히려 늘고 있다니 과연 우리나라가 디지털 선도 국가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대한민국이 디지털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자랑하지만 실상은 아직도 아날로그 시대에서 헤매고 있다는 느낌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97년 디지털방송 전송 방식을 미국식으로 결정하고 기업과 학계, 정부 공공기관까지 협력해 디지털TV 개발을 추진해왔다. 디지털TV산업에서만큼은 세계 제1의 생산국가답게 미국보다 앞서 제품을 출시하고, 관련 특허 또한 우리 기업이 압도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디지털방송 정책은 산업발전의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가 아직도 아날로그TV의 판매대수가 디지털TV보다 많은 기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디지털방송 전송방식을 둘러싸고 미국식이냐 유럽식이냐를 놓고 거의 7년 이상 정부 및 방송사 간 소모전을 벌여왔다. 실수요자인 국민도 디지털TV가 아날로그 제품에 비해 무엇이 좋은지 아직도 잘 모르고 있다. 더구나 관련 부처 간 대립으로 오는 2012년 아날로그방송을 종료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그대로 시행될 것인지조차 회의감을 들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아날로그TV를 구입하면 얼마 안 있어 문제가 있다고 설명해도 어느 누가 귀를 기울이겠는가.
보도에 따르면 올해 TV 내수 판매물량 가운데 아날로그 비중이 절반을 상회한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세컨드TV’(1가구 내 두 번째 TV)와 저소득층의 구매가 꾸준히 일어나고 있고, 특히 새로운 유통 형태로 자리잡은 온라인의 경우 전체 TV 판매대수의 80% 이상이 아날로그TV라는 것이다. 물론 금액으로 따져보면 가격이 거의 5배나 비싼 디지털TV의 비중이 높을 수 있다. 그러나 TV가 1가구 1대라는 개념에서 이제는 방 하나에 1대로 바뀐 만큼 오히려 아날로그TV 수요가 늘어날 수도 있다.
아날로그방송이 종료되면 당연히 아날로그TV는 무용지물이 된다. 특히 TV는 소모품이라기보다는 가구라는 인식이 크다. 한번 장만하면 적어도 5년 이상은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품질이 좋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지만 정부 방침대로 아날로그방송이 종료된다면 국민은 5년 뒤 사용하지 못하는 제품을 지금 구입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부의 디지털방송 전환정책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우리와 비슷하게 디지털방송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 아날로그TV 판매대수가 전체 TV 판매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04년에 비해 현재 40%포인트 떨어진 30∼40%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결국 우리나라만 뒤로 걷고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디지털방송 전환에 따른 정책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디지털TV의 판매를 촉진할 수 있는 대대적인 캠페인이 필요하다. 디지털방송 전환에 대한 내용을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일본이나 미국처럼 아날로그 방송 종료에 대비해 아날로그TV에서도 디지털방송을 볼 수 있도록 디지털튜너 내장을 의무화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식품에 유통기한을 표시하는 것처럼 아날로그방송 종료 시기를 알고 제품을 구입하도록 안내문을 부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TV나 셋톱박스 등 관련기업들에는 수요창출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간다는 것도 부수입이다. 우리나라 디지털TV 시장은 지금까지 세계에서 디지털마인드로 무장돼 있는 국민에 의존해왔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나 기업이 신수요를 창출하도록 적극적으로 아날로그방송 종료 대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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