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하이패스 전략 소리만 컸지

 건설교통부 고속도로 하이패스(통행료자동징수시스템) 추진 전략에 노란불이 켜졌다.

 건교부는 내년부터 2008년까지 2년 동안 하이패스 단말기 100만대를 보급, 고속도로 톨게이트의 만성 지·정체를 일소할 계획이지만 이같은 전략이 기업 시장 논리와 정면 배치, 구두선에 그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기업 대 소비자( B2C)시장 개방=건교부는 최근 하이패스 단말기 활성화 정책 일환으로 한국도로공사가 그동안 독점판매해 온 하이패스 단말기 판매권을 일반 기업에 개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도로공사는 단말기 품질 인증 기관이 설립되기 전까지 ‘성능 검사 서비스’제도를 한시 운영하기로 하고 시험 검사 진행 방법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건교부 방침에 서울통신기술은 도로공사 측에 성능 검사 서비스를 신청했으며 AITS, 포스데이타, LS산전 등 업체들도 신청을 검토하는 단계에 일제히 돌입했다. 따라서 내년부터 운전자들은 현재 보급형 하이패스 단말기를 포함한 네비게이션 등 복합 기능의 고급형 단말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하이패스 기능을 보유한 단말기를 자유롭게 선택,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시장 경쟁 논리와 배치=건교부 한 관계자는 “단말기 보급률이 일정 수준에 달할 때까지 도공과 기업의 병행 판매는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업체들은 B2C 시장 개방과 동시에 도로공사가 단말기 판매에서 손을 떼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업체들이 제품을 출시할 경우 심한 소비자 가격 저항에 부딪칠 것으로 예측, 외형상 판매 신청을 검토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 B2C 시장 진출 결정을 선뜻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똑같은 보급형 제품이 도로공사를 통해서는 5만원대, 기업을 통해서는 10만원대에 팔리는 기현상이 벌어져서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도공 입찰 구매에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단말기를 6만7000원대에 납품한 이유는 B2C 시장이 열릴 것이란 전략적인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가 보급 정책이 발목= 포스데이타, 서울통신기술, AITS 등 기존 공급 업체들은 도로공사의 저가 낙찰 방식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 점유율 1위인 AITS 한 관계자는 “B2C 시장을 선점하고자 매번 입찰에 응했으나 이제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0월 중순께 추가 발주한 4만8000대 물량 구매는 유찰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로공사의 단말기 재고가 머지 않아 바닥을 드러나는 등 판매 제한 사태가 발생, 신규 단말기 신청 소비자들은 불편을 겪을 전망이다. 또한 B2C 시장을 개방하더라도 일반 유통망을 통한 단말기 보급률은 역으로 낮아질 수 있다.

 건교부가 세운 올해 21만대에서 2008년 121만대 보급 달성은 장미 빛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단말기 보급 확산을 위해 저가 공급 정책에 초점을 맞춘 탓에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일본의 경우 단말기 가격이 초기 35만원 대에 판매되다가 기업의 원가 절감 노력으로 12만원대에 판매되는 것처럼 시장 경쟁 논리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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