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사행성의 근간 뿌리 뽑아야" 업계-"현실을 직시하지 못한改惡"

 온라인 게임 아이템 현금 거래 규제 문제가 게임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정부가 ‘게임산업진흥법’(게임법)을 개정안에 ‘게임머니를 포함한 온라인게임 아이템 현금 거래(현거래)를 업(業)으로 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추가해 현거래 대행 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이에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것.   정부는 “온라인게임 사행성의 본질이 현거래에 있는 만큼 우선 중개업체부터 잡아야한다”는 논리이지만, 현거래 대행업체들은 “(현거래를)인위적으로 막으면 더욱 음성화만 재촉,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 “사행성의 뿌리…좌시 안해”  현재로선 게임머니를 포함한 광의의 온라인게임 아이템 현거래에 대한 정부의 규제 의지는 확고 부동하다.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법을 만들고 고치는 국회의 입장도 더욱 단호해졌다. 게임머니는 물론 아이템을 현금으로 사고팔거나 이를 중개 및 알선하는 행위가 온라인 게임 유저들의 사행성을 조장하는 뿌리라는 판단이다. 현거래 중개업을 금지하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게임법 개정안(제 32조 1항 7호)에 포함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온 사행성 게임 근절 차원에서 그동안 사실상 방치해온 현거래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게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정부는 나아가 유저들의 아이템 현거래 자체도 이 기회에 어떤 식으로든 칼을 대겠다는 복안이다. 현거래 자체를 이대로 둔 채 몇몇 중개 업체만 막아선 근본적이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중개업과 달리 개인간의 거래를 막는 것은 재산권 침해 등 엄청난 후유증이 예상되는 만큼 공청회 등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하나하나 해결해 나간다는 액션 플랜까지 세워놓았다. 줄곧 게임 시장 규제에 목소리를 높여온 시민단체들 역시 이에 동조한다.   온라인게임 업체들도 대체적으로 정부 방침에 공감대를 형성한듯한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작업장, 해킹, 명의도용, 게임중독 등 온라인 게임의 주요 역기능의 근간이 현거래”라며 “‘아킬레스건’과 같은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고선 게임산업의 안정적 발전을 도모하는데 한계가 많다”고 강조했다. 현거래 의존도(?)가 극히 높은 일부 MMORPG의 경우 적지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국내 게임시장의 주도권이 MMORPG에서 현거래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캐주얼게임쪽으로 전환한 탓이기도 하다.   # “더 큰 문제 야기할 수도 있어’”  그러나, 아이템베이 등 현거래 중개업체들의 논리는 이와 사뭇 다르다. 우선 온라인게임 아이템은 게임법 개정안에 새롭게 규정된 사행성의 정의, 즉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돼 재산상의 이익이나 손실을 주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온라인게임 아이템의 획득은 우연보다는 적지않은 시간적·경제적 노력을 수반하는 산물이며, 사행 행위로 취득한 일회성이익과 달리 지속적 가치를 지니는 ‘사이버 자산’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의 효과성 면에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정부 방침대로 현거래 중개업을 불법으로 규정한다면, 오히려 유저간의 직거래나 음성적·조직적 암거래만 조장해 과거처럼 사기·폭행 등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항변한다. 실제 게임포털들이 현거래 중개사이트를 통한 고스톱·포커머니 거래를 자진 중단한 이후 전문 거래 프로그램이나 PC방 등을 통한 조직적인 환전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거래 중개업체들은 또 이번 게임법 개정안 도출 과정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법 개정시 직접 이해당사자인 자신들의 의견 진술 기회가 부여되지 않았으며, 엄연한 경제적 가치가 있는 아이템의 거래를 금지할 경우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헌법상 기본권의 제한을 가하는 입법 시 지켜져야할 ‘과잉금지의 원칙’과 법익의 균형성에도 위배가 된다는 것. 아이템거래사협의회는 이에따라 문제의 게임법 개정안 32조 1항 7호에 대해 수정 개정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지난 30일 국회에 제출했다.  # 산업 영향 등 세심한 검토 필요  아이템 현거래 중개업체들의 반발로 ‘사행성 게임 근절’이란 명분 아래 현거래의 기반을 뒤흔들려던 정부의 의도는 새로운 변수를 만나게됐다. 특히 “아이템 현거래가 온라인 게임 종주국 대한민국에서 출발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는 마당에 우리 스스로 이를 터부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업계와 학계에서 줄기자체 제기되고 있어 정부로서도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아이템베이를 비롯해 국내 아이템 현거래 중개 모델은 일본·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벤치마킹의 대상이 된지 오래며, 일부 대학의 경영학 교제로 채택되기까지 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이템 현거래 규제와 게임산업과의 상관 관계이다. 현거래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 속에서도 현거래가 국내 온라인 게임산업의 초고속 성장에 적지않이 기여한(?) 것은 부인키 어렵다. 해당 업체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아이템 현거래 정도와 게임의 인기는 정(正)의 관계에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템 거래는 어쩔 수 없이 한국 게임의 경쟁력의 근간이며,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외국 게임들에겐 진입 장벽 역할을 해왔다”며 “이를 전면 규제할 경우 국내 게임 산업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 지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아이템 현거래 규제에 앞서 이젠 우리 사회가 사이버 자산의 귀속과 존재 가치에 대해 보다 냉정하고 면밀한 검토를 거쳐 국민적 컨센서스를 이뤄야할 때가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면 허용도, 전면 규제도 결코 쉽게 결론짓기 어려운 아이템 현거래 문제가 중개업 규제로 마무리될 지, 아니면 유저들간의 직거래까지로 확대될 지 게임업계와 유저들의 이목이 입법 주체인 국회와 정부로 쏠려있다

이중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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