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반대로 융합기구 설치법 통과 먹구름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이 6일 정부의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방송통신위원회(가칭)의 출범 일정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독자입법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논의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이유에 따른 대립 등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으로 통합기구 출범이 지연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야당, 강력 반발=야당은 이번 정부안이 방송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위원을 모두 대통령이 임명함으로써 정권의 영향을 피할 수 없으며 위원 간 서열을 둬 합의제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유기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번 정부 법안이 방송의 생명인 독립성 보장을 훼손하고 있다고 정부안에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한나라당 방송통신융합특별위원회도 정부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민주노동당도 정부안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노당은 정책의 공공성을 위해 규제기구는 독립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위원의 연임제와 장·차관 서열제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 독자입법 추진=한나라당 측은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고 미래 IT 기반의 통신방송융합 환경 속에서 산업활성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안’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입법화를 최우선으로 추진하되, 합의가 안 될 때는 한나라당 대선공약으로 밀어붙인다는 복안이다. 이재웅 의원(방송통신융합특별위원장)은 “당 차원에서 새로운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며 “이달 법률안에 담을 골자가 나오면 다음달 중순쯤에는 공청회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내년 1월 말까지 기구개편 법률안을 완성한다는 일정을 세웠다. 정부안도 내년 2월 임시국회가 열려야 상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나라당 법안도 일정상 뒤지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한나라당은 또 △통합기구 개편 논의 △IPTV 등 신규 서비스 도입 등 통·방융합 정책을 심의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회에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방송통신융합특별위원회’(가칭)를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논의지연 막아야=야당이 정부안에 반발하는 가장 큰 부분은 대통령이 모든 임명권을 갖는 위원 선임 방식이다. 즉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방송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정치적인 우려에서다. 이 때문에 이번 정부안의 국회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직 국회에서 논의도 하기 전인만큼 실제로 논의가 시작되면 견해 차를 좁힐 수 있으리라는 예측도 있다. 특히 문제로 지적된 위원선임 방식도 논의해 변경할 수 있어 조율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한나라당 역시 통·방융합이라는 큰 틀에는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의결과에 따라서는 의외로 쉽게 해결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무엇보다 서로 반대만 하다가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방융합에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좋은 안이라도 반대 의견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를 정리하고 뜻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미처 한나라당 등에서 의견을 정리하지 못해 대선 공약으로 미루는 것은 안 된다”며 “하루가 급한 통합기구 출범 논의를 정치적 이유로 대선 이후까지 미루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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