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잡아 수천억원대 값어치를 가진 주요 온라인게임 내의 게임머니가 꽁꽁 묶이게 됐다. 이에 따라 아이템을 현금시해 왔거나 현금화하려는 일부 게이머는 패닉이라 할 정도의 심리적 위기감까지 겪고 있는 등 국회가 연내 통과 시행시킬 게임 내 사행성 규정이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를 통과한 개정 게임산업진흥법이 연내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만큼 게임머니 파동은 곧바로 닥칠 현실적 위협이 될 수 있다.
관련업계 및 당국에 따르면 개정 게임산업진흥법이 게임머니의 환전 등을 전면 금지함에 따라 온라인게임 이용자들은 종전까지 비교적 자유롭게 현금화할 수 있었던 자신의 게임머니를 법 시행과 동시에 동결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게임 내 아이템이나 능력치를 사기도 하지만 현금 환전의 매력을 더 크게 느꼈던 이용자들은 극도의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법 개정 사실을 모른 채 환전을 시도하다가 법 시행 뒤 적발돼 처벌받는 무더기 범법자 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규모는 얼마?=정확한 집계는 불가능하다. 다만 시장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리니지’와 ‘메이플스토리’를 통해 추정할 수는 있다. 사이버상 게임머니 단위를 ‘아덴’으로 통용하고 있는 ‘리니지’는 전국의 10만∼20만명의 상위 이용자(파워 유저)가 인당 평균 10만∼20만원 값어치에 상당하는 아덴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총 금액은 무려 100억∼400억원에 이른다.
청소년에서 성인층에 걸쳐 무려 1400만명의 회원을 가진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에 묶일 가능성있는 게임머니인 ‘메소’의 규모도 엄청나다. 이 게임 내 최고 인기인 제니스서버 이용자 김주범씨(33·회사원)는 2년 이상 게임을 거의 매일 즐겨온 파워 유저. 상위 150위 레벨의 김씨와 주변의 비슷한 레벨 이용자들이 갖고 있는 인당 평균 메소는 2억∼3억메소(현금가치 15만원 선). 여러 서버로 나눠 이 같은 이용자를 최소 10만명으로만 가정해도 현금가치는 무려 150억원.
여기에 ‘리니지2’ ‘뮤’ ‘카트라이더’ ‘로한’ ‘썬’ ‘카발온라인’ 등 여러 게임을 합칠 경우 총계는 천문학적인 수치가 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산이다.
◇게임머니·아이템 유통가격 급락세=법적 처벌이 시한폭탄화되면서 각종 인기 게임 내 게임머니의 현금 값어치가 급락하고 있다. 아이템베이·아이템매니아 등 주요 거래사이트에서는 올해 들어 최대 낙폭으로 연일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한 달 사이 내린 가격폭은 무려 20∼30%에 육박한다.
메이플스토리에서 ‘시원킬러’라는 ID를 쓰고 있는 한 이용자는 “모든 거래가가 마찬가지지만 게임머니·아이템이 앞으로는 거래가 불가능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격이 내리고 있고,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는다”며 “현금 환전을 원하는 게임 이용자들은 거의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개인거래에 대한 명확한 기준 제시 시급=개인 간 게임머니 거래에 대해서는 아직 정부·검·경에서 명확한 단속 기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처벌 기준을 법에 만들었으니 실제 적용은 상황을 봐가면서 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하지만 게임 이용자들은 들끓고 있다. 코앞에 닥친 법 시행 전에 개인 간의 거래에 대해서 명확한 법 적용 기준을 제시해 달라는 요구다. 또 다른 한 이용자는 “정부가 ‘걸리기만 해봐라’라는 식으로 덫을 쳐놓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라며 극도의 불안감을 나타냈다.
심각한 이용자 유출 사태를 맞을 수도 있게 된 게임업체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용자들에게 이렇다 할 유예기간도 안 주고 무조건 불법화한다면 이용자 대량 이탈, 게임성 추락, 업체 매출 감소 등 산업 전체가 휘청거릴 정도의 충격파가 올 수도 있는만큼 유예기간 제시 등도 현실적 대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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