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IT산업 결산]퍼스널

 멀티미디어 시대의 한 복판에선 올해 디지털기기 시장은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약진을 거듭했다. 휴대폰 산업은 지속성장을 이어갔고 내비게이터, 지상파 DMB단말기 시장도 발빠른 행보를 했다. 휴대폰의 경우 국내업체들은 세계시장에서 순위변동없이 호조세를 이어갔으며 HSDPA, 와이브로 등을 선도하면서 기기판매 확대의 물꼬를 튼 한해였다. 가전에서의 행군도 돋보였다. 평판TV는 삼성전자가 세계시장점유율 1위를 달렸다. 또 생활가전은 디자인의 혁명을 가져와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인 김영세와 패션디자이너인 앙드레김 등 유명디자이너의 작품을 결합한 제품이 속속 출시됐다. 유통 역시 탄탄한 국내 대리점과 양판점 중심으로 꾸준한 내수가 이어졌다.

 

 ◇휴대폰

그동안 고속성장을 구가해왔던 국내 휴대폰 업계에게 올해는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찾아온 시기였다. 간간이 조짐이 보이던 중소 휴대폰 업계의 경영난이 VK 부도사태로 가시화했고, 곧바로 이어진 팬택계열의 경영위기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쟁구도가 한층 치열해지면서 수출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모토로라가 레이저로 세계적인 힛트를 치면서 중저가 시장에서 물량 공세에 나섰던 것도 국내 업계의 큰 부담이 됐다. 지난 상반기 삼성전자·LG전자·팬택계열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하나같이 실적부진에 시달렸으나, 3분기이후 서서히 회복세를 걷는 추세다. 세계 5대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올해 1억1500만대, LG전자는 6500만대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어려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내 메이커들은 지난 6월 상용화한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와이브로와 WCDMA/HSDPA 단말기를 성공적으로 개발하면서 신규 시장에 한발 앞서 나가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노트북형 와이브로 단말기를 출시한데 이어 최근에는 초소형 노트북 및 PDA·휴대폰 타입의 단말기도 개발에 성공했다. 또 삼성·LG전자는 지난 6월 WCDMA/HSDPA 단말기를 성공적으로 상용화하고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박 상품들도 속속 출현했다. LG전자의 초콜릿폰은 세계 시장에 선보인지 1년여만에 최근 누적판매 600만대를 넘어서며 이른바 ‘텐밀리언 셀러’를 꿈꾸고 있다. 삼성전자가 야심작으로 선보인 ‘울트라에디션 12.9’ 제품도 출시 4개월여만에 200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등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난공블락으로 여겨졌던 일본 시장에서도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팬택앤큐리텔이 최근 누적매출 1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휴대폰 내수시장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증가한 1500만대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생활가전

 올해 국내 TV 시장에서는 쌍춘년 혼수시즌과 월드컵 특수가 맞물리면서 대형 평판TV가 대세를 이룬 한해였다. 총 250만대이상으로 추산되는 국내 TV 시장에서 LCD·PDP TV는 전체 판매비중의 80%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대중화됐다. 무엇보다 LCD·PDP TV 가격이 예년에 비해 크게 내려간 것도 한몫했다. 이와 함께 고화질·고선명의 ‘풀HD’ TV가 본격 선보인 것도 주목할만한 이슈였다. 삼성·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을 비롯해 최근에는 소니까지 가세하면서 풀HD TV 시대를 본격 개막시키고 있다. 차세대 광기기인 블루레이에 담을 수 있는 풀HD 콘텐츠가 등장한 것도 촉매제가 됐다. 전세계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사상 처음 TV 단일 품목으로 올 매출 100억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LCD TV 시장을 평정하면서 소니를 제치고 TV 시장 부동의 1위에 등극했다.

 가전업계는 올해 계절적 특수 실종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부 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도 디자인 강화, 해외시장 개척, 블루오션 발굴 등으로 매출 확대를 꾀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양대 대기업은 내수 가전 시장에서 디자인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프리미엄 제품으로 한판 승부를 벌였다. 삼성은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김, LG는 서양화가 하상림 씨와 손잡고 냉장고·세탁기·김치냉장고 등을 선보여 가전 업계 전반에 걸쳐 ‘아트와 가전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했다.

에어컨은 지난 2005년과 같은 무더위가 없어 매출이 상대적으로 감소한 상황에서 양사 모두 시스템 에어컨으로 B2B 시장 공략 수위를 한층 높였다. ‘빌트인 가전’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면서 양사는 유명 주방 가구 업체와 제휴 아래 B2B·B2C 시장을 동시에 강화하고 나섰다.

프리미엄 가전은 국내에서, 중저가 제품은 해외에서 생산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가전 기업의 해외로의 시설 이전과 거점 확대가 이어졌다. 삼성·LG전자는 양문형 냉장고·드럼세탁기 등 프리미엄 제품군을 앞세워 유럽·북미 등지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면서 내년 해외 매출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오디오 업계는 내수 시장이 갈수록 위축되는 가운데 ODM 등을 통한 해외판로 개척과 빌트인 오디오·네트워크 오디오 등 틈새 시장 발굴로 활로를 모색했다.

중견·중소 생활가전 기업들의 변신도 그 어느 해보다 두드러졌다. 웅진코웨이·쿠쿠전자 등이 전문 경영체제를 도입하면서 제 2 도약을 선언했으며 수십 년간 밥솥·보일러·가스기기 등 전문 제품에 주력해온 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사업 다각화에 착수했다.

특히 올해 이들 중견·중소 기업들은 해외 현지 문화에 적합한 상품을 개발, 가전 선진국인 일본은 물론 유럽·미국·중동 등 전세계를 상대로 수출에 적극 나서 기대 이상의 결실을 거뒀다.

 ◇개인 멀티미디어기기

노트북PC의 보급률 확대에 힘입어 올해 전체 PC시장은 작년보다 약 15% 성장한 440만대 규모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데스크톱PC는 인텔의 ‘코어2듀오’를 탑재한 제품들이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출시되면서 ‘윈도비스타’에 대비해 고성능 갖추기가 한창이다. 노트북PC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필두로 HSDPA·와이브로 등 통신접속기능을 탑재하는 소형 제품이 선을 보였고 초소형 ‘울트라모바일(UM)PC’가 새로운 수출 전략 상품으로 떠올랐다.

프린터시장은 재생 잉크 관련 소송, 장당 출력 가격 논쟁 등으로 업체들간 논란이 끊이질 않았지만 30만원대 컬러레이저프린터가 등장하는 등 1가정 1프린터를 목표로 대중화의 길을 걸었다.

사진·음악 등 대용량 멀티미디어파일을 저장하기 위한 휴대형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는 1.8인치 초소형 제품에 1테라바이트(TB)급 고용량 기술까지 개발돼 빠르게 뒤쫓아오는 낸드플래시메모리를 따돌리는데 집중했다. 슈퍼멀티 블루, DVD-RW 등 다양한 광디스크드라이브(ODD)도 HD급 동영상의 등장으로 시장이 개화됐다.

디지털카메라와 MP3플레이어는 ‘삼성의 승리’로 마감됐다. 삼성테크윈이 올림푸스, 후지필름, 캐논, 니콘 등 전통의 디카 강자들을 제치고 올해 역시 국내 시장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최근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DSLR 분야는 여전히 캐논·니콘 등 일본산 제품이 우위를 점했다. MP3플레이어 시장은 컨버전스 트렌드 등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침체기 속에 삼성전자의 ‘옙’ 시리즈가 레인컴의 아이리버를 따돌리며 올하반기부터 당당히 국내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올해를 고비로 내비게이터 시장이 본격 성장기에 접어들자 지난해만해도 10여개에 불과했던 관련 업체가 올해만 70여개로 늘어났다. 영세업체가 대부분이나 팅크웨어, 만도맵앤소프트 등 전자지도 기술능력 보유 업체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전망이다. 특히 현재 1500만대인 국내 차량 보급 현황에 비해 내비게이터의 보급률은 10∼15%에 그쳐 향후 꾸준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이밖에 PMP 시장은 업체 난립 속에 내비게이션·DMB 수신 기능 등 다기능 융합이 올해의 화두로 떠올랐다.

 ◇유통

 올해 유통시장은 삼성전자·LG전자 등 제조사 중심의 유통 파워가 여전한 가운데 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전자제품 전문점의 성장이 기본적인 틀을 이뤘다. 내부적으로는 옥션과 G마켓으로 대변되는 e마켓플레이스(이른바 오픈마켓)가 급성장해 새로운 유통 통로로 자리잡았으며 TV홈쇼핑도 GS홈쇼핑과 CJ홈쇼핑간 양자 구도 속에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기업소모성자재(MRO) e마켓도 규모의 경제를 이루며 매출 첫 1조원 돌파 기업도 나왔다.

먼저 오프라인 유통에선 삼성전자(디지털프라자)와 LG전자(하이프라자)가 여전히 50% 이상을 점하는 상황으로, 흔들리지않는 제조사 파워의 건재를 알렸다. 하이마트는 전문유통 1위업체로서 지난해 아쉽게 놓친 ‘2조원 매출 돌파’를 올해 일궈내며, 2조1500억원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자랜드는 올 2월 홍봉철 사장이 회장으로 물러나고 이기홍 전 리빙프라자 사장이 신임 사장으로 취임,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갖췄다.

전자유통의 질서를 움직일 잠재력을 갖춘 새로운 세력들도 성장을 거듭했다. TV홈쇼핑, 인터넷쇼핑몰, e마켓플레이스 등 신흥 매체들은 지난 3분기까지 9조 1591억원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8.4% 성장한 것. 포화단계에 이르렀다는 TV홈쇼핑도 3분기 기준으로 전년 대비 7.6% 성장했다.

홈쇼핑 시장의 최대 화두는 국내 유통의 최강자인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인수다. 롯데쇼핑은 인수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했으며 마지막으로 방송위원회의 최다주주 변경 승인 절차를 남겨놓은 상황이다. 또한 G마켓의 급성장도 주목받았다. G마켓은 올해 3분기까지 집계된 누적 실적이 거래량 1조5860억원·매출 1064억원·순익 100억원을 기록, 지난해의 연간실적인 거래량 1조809억원·매출 703억원·순익 51억원을 넘어섰다.

한편, 전자제품 메카였던 용산은 계속 신흥 시장에 밀리는 형국이지만 용산2010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옛 영광을 재현키위해 고객 만족 서비스 도입에 힘을 쏟은 한 해였다.

 

퍼스널팀 persona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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