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정보기술(IT)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행장이 최근 급변하는 경쟁환경을 염두에 두고 직접 새 IT 비전을 잇달아 제시, 금융권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이는 은행 간 경쟁이 덩치 키우기에서 수익성 확보로 옮겨간데다 해외진출 확대, 금융업종 간 경쟁 등 환경이 급변하면서 IT가 안정적인 시스템 운용은 물론이고 상품 개발과 영업경쟁력 강화의 견인차가 돼야 한다는 인식이 최고경영자층에 확산됐기 때문이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최근 IT에 기술의 영역을 벗어나 가치창출자의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IT는 테크놀로지(T)를 떼어내고 인텔리전스(지능), 인포메이션(정보), 인티그레이션(통합)을 선도해야 한다”며 ‘월드클래스 아이(i)비즈니스 리더’를 새 IT 비전으로 제시했다. 은행업이 정보비즈니스업으로 변환하는 가운데 IT의 역량이 다른 차원으로 정립돼야 한다는 의미다.
농협중앙회도 ‘신뢰받는 IT, 창조하는 IT, 선도하는 IT’라는 새 IT 비전을 발표했다. 특히 금융IT의 해외진출을 매개로 세계 농협은행을 이끄는 역할을 목표로 삼았다.
김광옥 농협정보시스템 사장은 “무정지 IT서비스 실현과 서비스지향 IT인프라 구축(SOA), 은행 변화 창출역할 수행, 경영전략과 일체화된 IT 구축으로 비전을 현실화하겠다”고 말했다. 정대근 회장도 “IT경쟁력이 기업경쟁력을 판가름한다.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며 힘을 실었다.
강정원 KB국민은행장은 선진금융시스템을 강조했다. 이를 기반으로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은행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최근 구축을 완료한 CRM에 대해 영업은 분석이라며 이를 통한 타깃 고객층 발굴을 요구했다.
KB국민은행은 CRM 구축을 통해 타깃을 부유층(affluent)에서 대중적부유층(mass affluent)으로 조정했으며 주요 경쟁은행들도 IT를 적극 활용한 크로스셀링(교차판매)을 금융업 대형화·겸업화의 대응 전략으로 마련하고 있다.
황영기 우리은행장도 많은 예산을 들여 구축한 전산시스템의 활용도를 높이고 R&D를 강화, 기존 고객에 대한 크로스셀링을 활성화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한은행도 차세대 시스템 구축 후 조직개편을 통해 IT조직과 현업조직이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김광옥 사장은 “은행의 IT시스템이 개방형으로 바뀌면서 현업 실무부서가 상품 개발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대규모 투자의 효과를 입증하는 데는 아직 미흡하지만 IT경쟁력의 의미를 최고경영자층이 인식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한편 내년에는 1800억원 규모의 농협 차세대 시스템 구축, 하나은행 및 대구·부산은행의 차세대시스템 도입, 제2금융권의 차세대 시스템 도입,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른 IT 투자 등이 금융IT 시장의 이슈로 떠올라 대규모 투자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IT는 더 이상 기술이 아니다. 지능·정보·통합을 선도해 ‘월드클래스 아이(i)비즈니스 리더’로 은행을 이끌어야 한다.” 11월 17일 신상훈 신한은행장
“신뢰받는 IT, 창조하는 IT, 선도하는 IT로 세계 일류 농협 실현의 핵심역할(키)을 수행하자.” 11월 21일 김광옥 농협정보시스템 사장
“영업은 분석이다. CRM을 적극 활용하라.”- 11월 1일 강정원 국민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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