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게임에서 대전격투는 낯선 장르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성공을 보장하는 보증수표도 아니다. MMORPG를 제외하면 어차피 모든 장르들에 대해 유사한 고민을 하게 마련이지만 ‘쿵파’는 일단 높은 완성도가 돋보여 안심이 된다. 카툰렌더링 그래픽으로 접근하기엔 쉽지만 깊이 있는 시스템으로 숙달되기엔 만만치 않다. 아직 클로즈베타테스트를 하지 않았지만 ‘쿵파’는 이미 오픈베타테스트 수준의 완성도를 갖춰 놀랍다. ‘쿵파’에 대한 보증수표를 지금 시점에서 장담하긴 섣부르지만 제대로 된 게임을 만난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게임역사에서 대전격투의 유래는 매우 깊고 넓다. 먼 옛날 들판을 뛰어 다니며 사냥했던 유전자 기억이 남아 인간 본성에 폭력성이 잠재돼 있어 대전격투의 인기가 높다는 식의 논리는 여기서 언급하지 말자. 단지 가정용 게임기와 아케이드 영업용 게임기에서 숱하게 등장했던 장르가 대전격투이고 최초의 풀 3D 그래픽게임이 ‘버추어 파이터’였다는 사실만 알아도 충분하다. # 전통과 역사를 지닌 대전격투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스트리트 파이터’ ‘아트 오브 파이팅(용호의 권)’ ‘사무라이 쇼다운’ ‘철권’ ‘데드 오어 얼라이브’ 등등 기라성같은 작품들이 게임사에 준 영향은 책 한권으로도 부족하다. 대전격투는 수십년 전부터 꾸준히 진화됐고 지금도 미래를 향해 전진하고 있는 게임계의 최전선이다. 특히 가정용 게임기의 보급에 커다란 활약을 벌였던 장르도 바로 대전격투다. 그래서 이 장르의 세계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개발이 무척 어렵고 복잡하며 유저의 눈도 높고 엄격하다. 개발은 쉬워 보이지만 막상 성공하기가 힘든 것이 대전격투라는 장르다. 그리고 이제 온라인으로 넘어왔다. 온라인이라고 해도 플랫폼은 PC라는 만능기기다. 그렇기에 대전격투가 갖춰야 할 시스템과 형식, 밸런스는 콘솔 패키지 게임의 것과 다름이 없어야 한다. 대전격투에서 온라인의 특징이라면 다수의 멀티플레이가 당연히 가능해야 한다는 사실 뿐인데 ‘쿵파’는 이런 모든 까다로운 기준에 합격했다. 게임의 첫인상은 닌텐도의 발랄함과 캐주얼이 느껴진다. 포스터의 각종 캐릭터들은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만화같은 이미지로 자신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포즈를 취한다. 실제 플레이를 시작해도 이러한 요소가 적지 않다. 캐릭터 선택은 남자와 여자로 단순한 편이지만 의상과 액세서리가 풍부하게 마련돼 있어 자신만의 개성으로 마음껏 치장할 수 있다. 상의와 하의, 남자용과 여자용으로 확실한 선이 그어져 있고 신발과 글러브도 각양각색이다. 중후한 멋부터 엽기적인 복장까지 모두 갖추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넉넉하다. 때문에 실제 플레이가 이뤄지는 장면에서 같은 모습을 한 유저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 보통 이상의 대전격투‘쿵파’의 맵은 재미있고 신선하다. 3D를 십분 활용해 공간감각이 탁월한데 한술 더 떠 전후좌우 이동까지 고려했다. 2D와 3D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대전격투는 평면적인 맵으로 디자인된다. 옆에서 바라보는 시점으로 캐릭터가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 고작이다. 약간의 변형은 이뤄지지만 맵에서 변수가 많아지면 승부 자체가 공정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쿵파’는 놀랍게도 맵을 다양하게 변화 주면서도 공정한 전투가 벌어지도록 만들었다.이 작품의 맵은 앞뒤로 이동이 가능하다. 걸어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점프를 통해 한번에 넘어간다. 대부분 3개의 파트로 구분돼 있으며 화면 밖 옆으로 이동되는 맵도 있다. 캐릭터가 점프로 건너가면 화면 자체가 바뀌면서 또 하나의 맵이 등장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유저는 대전을 벌이다가 불리하다 싶으면 도망을 칠 수 있고 기회를 엿 봐서 혼잡한 틈을 타 기습을 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대일이면 다소 문제가 될 여지가 있으나 여러 명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아니다. 결국 유연한 맵 디자인은 전략적인 전투로 이어지게 된다.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전’ 시스템도 매우 훌륭하다. 펀치, 킥, 던지기 기술이 기본적으로 갖춰졌고 여기서 다시 조합이 발생되도록 만들었다. 연타와 콤보도 물론 가능하다. 심지어는 상대방을 공중에 띄워 놓고 연타를 날리는 기술도 부릴 수 있다. 상단, 중단, 하단의 개념이 포함돼 있고 여기에 방어까지 맞물려 플레이의 수준이 결코 만만치 않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무늬만 캐주얼이고 엽기다. 그 속내는 완벽한 대전격투로서 훌륭한 내공이 쌓여 있는 것이다. 또 필살기 개념을 ‘영웅 변신’으로 삼아, 막판 뒤집기의 짜릿함이 살아있다. 싸움을 벌이다 보면 분노게이지가 점차 늘어나는데 이것이 가득 차면 영웅으로 변신할 수 있다. 영웅에는 뱀피, 오공, 힘맨, 폭탄맨 등 다양한 캐릭터가 있으며 이들은 각각 색다른 스킬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폭탄맨은 닌자 모습을 한 도둑인데 필살기를 발동한 상태에서 누군가 데미지를 주면 폭탄이 터져 일정 범위의 캐릭터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영웅 시스템은 그 자체가 반전을 노리는 장치이며 플레이의 재미를 몇 배로 증가시키는 구실을 한다.# 부가요소 소홀하면 안돼‘쿵파’는 매우 잘 만든 작품이다. 그래픽, 사운드, 완성도, 재미 등 어느 하나 나무랄 곳이 없다. 영웅 캐릭터 간의 밸런스 문제는 다소 있지만 아직 클로즈베타테스트도 들어가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온라인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많은 캐주얼 작품들이 이것을 간과한다. 패키지 수준의 재미만 창출하면 유저들은 알아서 모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틀렸다.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도 시스템적으로 커뮤니티가 반강제로 형성되도록 만들어 줘야 할 필요가 있다. MMORPG는 처음부터 대화가 필요한 작품이지만 캐주얼은 굳이 대화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더더욱 커뮤니티와 유저 결속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많은 고생과 역경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도달한 개발자에게 남은 마지막 고비가 될 것이다.
김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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