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국민게임 ‘프리스타일’ 만들기
제이씨엔터테인먼트에는 개발과정의 단계별 진척상황 뿐 아니라 방향성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를 심사하는 심의회의가 있다. 이 심의회는 참석한 심의위원 전원의 찬성으로만 통과되는 시스템이며, 위원장인 CEO도 찬성 혹은 반대 의견을 낼 수가 없다.
지난 2002년 코스닥 진출을 통한 자금유입 계획에 차질이 생긴 이후 대규모 투자로 개발했던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 ‘프리스트’가 실패했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아주 어려운 시기였다. 더구나 SK글로벌 사태가 터지면서 SK글로벌과 추진하던 게임포털 프로젝트마저 도중하차하고 만다. 연달아 어려운 일들이 터지던 그 때, 게임 ‘로켓롤’도 기대를 저버리고 시장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인력 불안이 가장 심각하다. 기업이 영속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뼈저리게 배우던 시기이기도 했다.
제품개발은 어느 회사에서나 생명을 이어가는 생명줄과 같다. 일본 회사와 공동프로젝트에 많은 인력이 투입된 상황이었지만 별도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던 두 팀이 있었다. ‘프리스트’를 새로이 개작한 ‘러시온라인’ 개발팀과 ‘프리스타일’ 개발팀이었다. ‘러시온라인’은 중국 수출이 이루어져 서비스를 계속 지원해야 하는 제품이라서 중단이 어려웠다. 하지만 새롭게 온라인 스포츠게임을 만들겠다는 팀은 ‘로켓롤’ 게임이 실패한 후였기 때문에 회사에 투자하고 있던 많은 주주들이 실패한 개발팀에 또 새로운 개발을 시킨다고 불만이 많았다.
코스닥 상장에 실패하고 연이은 제품의 상용화 실패가 잇따르자 대주주이며 CEO인 필자와 부사장을 바꾸고 싶어하는 주주와의 갈등에 빚어졌다. 그러던 중 2002년 4월 ‘프리스타일’ 개발팀에서 제출한 기획서에는 ‘신이 배려해 준 기회’란 부제가 달려 있었다. 즉 온라인 농구게임이라는 소재가 아직 정복당하지 않은 축복의 땅임을 설명하는 말로 그 가능성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2003년 7월 ‘프리스타일’의 기획서는 1차 심의를 통과했다. 단 캐릭터와 몇 가지 보완작업 이후 재심의를 하는 조건부 통과였다.
한달 뒤 다시 열린 심의회의에서 몇몇 심사위원들의 반대가 나왔다. 필자와 프로젝트 개발팀장만 남은 자리에서 개발팀장의 얼굴은 절실함에 이그러질 지경이었다. 탈락한 프로젝트를 구제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심사위원장인 CEO가 모든 책임을 지고 한번 더 심의 기회를 주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나를 걸고 이 프로젝트에 베팅한다’는 생각이었다. 그 결심을 뒷받침한 힘은 오직 너무도 이를 만들고 싶어하는 개발팀장의 열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프리스타일’ 성공 이후 어떻게 그런 창의적인 게임을 만들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개발팀장은 당시 회사의 관심이 온통 ‘쉔무온라인’이라는 대형 프로젝트에만 쏟아져 ‘프리스타일’ 프로젝트 수행에 전혀 간섭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게임 개발회사의 경영철학은 다양성이 존중돼야 한다고 말해 왔다. 게임 개발자들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창의적 작업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가장 존중받고 싶어하는 것은 그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개별적 특성과 그것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모인 게임개발사에서는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으면 그들은 숨을 쉴 수 없으며, 끊임없이 에너지를 쏟아부을 열정이 모아질 수 없다.
참신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과 그들만의 열정을 존중해야 한다. 그래서 제이씨엔터테인먼트는 항상 남들이 만들지 않는 희한한 게임을 만든다는 칭찬 같은 핀잔을 듣기도 한다.
yskim@joycit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