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기업은 벤처정신을 가진 기업이다. 벤처기업은 공기업·대기업·중소기업과 함께 조직의 한 종류다. 조직이라는 말은 원래 생물학에서 사용하던 용어다. 따라서 기업도 생물체와 유사한 점이 많다. 사람이라는 생물체가 정신과 몸으로 이루어져 있듯이 벤처기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벤처정신과 외형적인 기업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건강한 사람이듯이 벤처기업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벤처정신과 기업구조가 양호해야 한다.
장수하는 사람은 맑고 바르고 낙천적이면서 희망과 건전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적당한 식사와 운동을 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나쁜 생각, 분노, 복수심, 이기심, 질투심, 부정, 부조리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며 과음, 과식, 과로, 불규칙한 생활을 하는 사람은 몸이 건강하지 못하다.
장수하는 기업도 장수하는 사람과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우리 기업이 왜 존재하는지를 기업의 사명으로 명확히 밝히고 이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 기업의 사명에는 그 기업의 철학이 담겨 있다. ‘나눔과 전통식품문화 계승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라는 철학을 가진 벤처식품회사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수입원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인근 농민이 생산한 콩을 시중가보다 비싸게 구입해 이익을 나눈다. 또 전통식품문화 계승을 위해 전통방식으로 식품을 제조한다.
둘째, 장수하는 기업은 먼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오늘, 내년이 아니라 10년, 30년, 100년 후를 준비한다. 현재 우리나라 정책이나 기업전략을 보면 1년도 생각하지 않는 임기응변식이 많다. 교육이나 부동산, 기업 정책을 보더라도 1세대는 고사하고 3년을 가는 것이 드물다. 정당 이름이나 기업의 브랜드정책을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담배 이름 사례를 보면 잘 나타난다. 우리나라 담배 브랜드는 1945년 ‘승리’가 발매된 이래 현재까지 80개 이상의 신규 브랜드가 출시됐다. 세계적인 담배회사 필립모리스가 80년 이상 일관성 있게 ‘말보로’ 브랜드를 관리하면서 가치를 꾸준히 키워오는 동안 우리나라는 80여개 브랜드를 출시했으니 결국 평균 한 해에 한 브랜드를 만들어 관리함으로써 브랜드에 투자한 노력과 비용을 수십분의 1로 분산시킨 결과가 됐다.
브랜드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근시안적으로 접근한 또 다른 사례로는 정치권의 지도자 이미지나 정당 브랜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정당은 이해관계에 따라 자주 이합집산을 하고 비리와 연루돼 이미지가 나빠질 때마다 당명을 변경함으로써 어느 당의 정책이 무엇인지 그 당에 소속된 국회의원과 당원들은 어떤 철학을 가진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미국이나 영국 의회는 몇십년이 지나도 민주당·공화당·보수당·노동당이 지속된다.
셋째, 장수하는 사람이 스스로 건강을 챙기듯이 장수하는 기업은 사업 본질에 충실해 스스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건강을 챙기지 못하고 다른 약이나 주사에 의존함으로써 중독돼 약을 끊을 수 없듯이, 기업도 정부나 외부 지원에 의존하게 되면 경쟁력이 약해져 자력으로 생존할 수 없게 된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역사가 짧지만 30년, 100년 후에도 성공한 벤처기업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장수기업이 가진 장점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특히 벤처사업을 한탕주의로 생각해 사업 본질보다 정치나 투기꾼 유치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삼가야 한다. 모험정신과 도전정신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러한 벤처정신은 존중되고 벤처정신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하는 벤처정책 또한 필요하다. 벤처정책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단이어야 하며 진통제나 마약이 돼서는 안 된다. 벤처기업인 역시 진통제나 마약보다는 건강식을 사랑해야 할 것이다.
◆이희자 루펜리 사장 ceo@loofenbif.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