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ETRI 신임 원장의 비전

 지난 20일 취임한 최문기 제5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신임 원장이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 달성을 위한 ‘ETRI 르네상스’를 선언하고 나섰다.

 ETRI가 ‘IT 핵심기술의 창조적 개발로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 연구개발 기관’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장기적으로는 5만달러 달성을 위한 성장엔진을 보유한 ‘IT 연구개발의 리더’가 되자는 내용이 골자다.

 최 신임 원장이 제시한 관점은 모두 세 가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휴먼웨어라는 측면에서 △생산성 극대화 △신시장 개척 △ETRI 맨십 위상 정립 △자립형 연구환경 조성 △경영의 투명성 확보, 효율성 제고 △성과 중심의 경영 정착 △R&D 원가개념을 적용, 지식자산 계량화 △고객 최우선 경영 추구를 꼽았다.

 그러나 꺼내놓은 비전처럼 모두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경영이다. 따지고 보면 최 신임 원장의 비전은 전임 기관장이 모두 했던 이야기다. 그리고 대부분은 공수표였다. ETRI가 경영혁신을 추진한다며 업무혁신실을 만들어 가동했지만, 외부에서의 평가는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실적 부문에서도 와이브로나 DMB 등 많은 기술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시장에 제대로 안착되지 못한 기술이 숱하다.

 특히 팹시설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쾌한 답을 못 내고 좌충우돌하고 있다. ‘3∼4년 후에 ETRI가 뭘 먹고 살아야 하나’라는 푸념은 연구원들의 공통 걱정사가 된 지 오래다.

 ETRI 전체 예산의 대부분인 정보통신촉진기금도 3년 후면 고갈 위기를 겪을 것이다. 구체적인 대응 플랜이 없다면 ETRI의 3년 후 모습은 빈털터리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공교롭게도 최 신임 원장 취임식 하루 전날 광대역통합망 연구단의 50대 여성 팀장의 장례가 치러졌다. 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이라는 말이 나돈다. 성과도 좋지만 밤 새워 하루 아니 일주일만 연구하다 말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게 하는 사건이다.

 최 신임 원장의 일에 대한 욕구와 주변의 기대치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3개월 내 조직을 정비하고 가속 페달을 밟고도 싶을 것이다. 그러나 주변 환경 또한 외면만 할 수 없다. 최 신임 원장이 얽히고 설킨 이 같은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갈지 자못 궁금하다.

박희범기자·온라인/탐사기획팀@전자신문,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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