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시내외 전화 역무 통합 방침을 굳히자 KT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전국 단일요금제를 시행하면 시내·시외전화를 분리해 요금을 부과해온 KT로서는 상당한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KT 측은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다”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하지만 KT는 내부적으로는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 찾기에 골몰했다. 하나로텔레콤·LG데이콤 등 후발 유선 사업자들은 역무 통합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비상 걸린 KT=시내외 전화 역무 통합은 필연적으로 요금 인하를 불러온다. 물론 요금제가 인가 사항이어서 역무 통합 없이도 단일요금제 시행은 가능하다. 실제로 KT는 내부적으로 단일요금제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역무 통합은 단일요금제를 더욱 촉발한다. 그렇게 되면 시내 3분당 39원, 시외 10초당 14.5원으로 구분돼온 요금체계의 획기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시내외 모두 통화도수 또는 10초당이라는 단일한 기준으로 바꿔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최고 6배의 차이가 나는 시내외 전화요금의 격차도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올 9월까지 KT의 시외전화 매출은 5222억원이다. KT의 한 관계자는 “단일요금제가 되면 시외전화 매출이 상당 부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실보전 방안 찾기 급선무=KT의 다른 관계자는 “시내외 전화 역무 통합 자체가 소비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뚜렷한 정책적 목표가 없다는 것이다. 시내요금을 올리고 시외요금을 내린 중간 수준의 단일요금제를 내놓으면 소비자의 저항을 받는다. 시외전화의 인하 효과보다는 시내전화 인상을 체감적으로 느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3분당 39원이라는 시내전화 요금체계로 단일화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
◇선택형 요금제가 관건=정통부의 방침이 확고한만큼 반대를 외칠 수만은 없는 것이 KT 처지다. KT는 손실을 보전할 요금조정안을 정통부와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당장 단일요금제를 시행하기보다는 선택형 요금제를 다양하게 출시해 운용하다가 자연스럽게 단일요금제로 이전할 가능성도 나왔다.
KT에 반드시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동전화에 빼앗긴 시외전화 통화량을 되가져오는 효과도 있으며 통화권 광역화 등으로 장기적으로 결코 손해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여의치 않으면 보편적 서비스의 손실보전금으로 푸는 방법도 있다. 역무 통합과 단일요금제 시행 시점은 바로 정통부와 KT가 이 현안들에 대한 답을 찾는 순간에 가시화될 전망이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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