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새로운 비전으로 ‘ACE IT’ 전략을 발표했다. 기존 기술 지향주의에서 기술의 효용을 중요하게 여기는 관점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 같은 비전의 재정립은 IT 발전으로 인한 사회적 변화에 기인한 바 크다. IT는 기존의 서로 다른 서비스 간 경계를 무너뜨리고 융합함으로써 새로운 서비스 영역을 창출하고 있으며, 소비자의 다양한 선호와 선택을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일컬어 ‘유비쿼터스 서비스 컨버전스’ 현상으로 정의한다. 거의 매주 출시되는 휴대폰 모델, 마음대로 골라보는 IPTV, 사용자가 만든 동영상이 비즈니스가 되는 UCC(User Created Content) 등의 현상을 보면 미래로만 여겨지던 유비쿼터스 기술은 벌써 생활 깊숙이 스며들고 있음을 느낀다.
유비쿼터스라는 개념이 등장한 지 근 10년이 됐지만 산업현장에서 이 개념을 받아들이는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 정보통신 업계에서는 u시티·u러닝·u헬스케어·TPS·VoIP·웹2.0 등의 기술과 서비스를 융합한 유비쿼터스 비즈니스를 미래 성장산업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전통적인 제조업이나 기타 서비스업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마치 2000년 초 e비즈니스가 기업의 화두로 떠오르며 전통산업에 도전이 됐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 다시 발생하고 있다.
유비쿼터스는 두 가지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먼저 기술적 개념보다는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을 이루는 근간인 대량의 정보가 흐르는 체계를 파악해야 한다.
유비쿼터스의 대표적 기술 아이템인 전자태그(RFID)를 예로 들어보자. 일본 구두 매장에서는 구두 상자에 RFID를 부착해 소비자가 방문했을 때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의 사이즈와 색상의 제품 재고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외국 할인매장에서도 의류 제품마다 RFID를 붙여 관리하고 있다. 결국 우리가 지금 고민해야 할 것은 제품에 RFID를 붙이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우리 프로세스나 시스템이 대량의 정보가 들어오는 상황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는지, 의미있는 것을 식별하고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는 이벤트가 있는지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프로세스를 조정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그러한 시스템으로 진화될 수 있는 기반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두 번째는 이런 막대한 양의 정보로 인해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다양성에 대한 이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영화가 상영관을 잡기 위해서는 2주간 최소 1500명의 관객이 동원돼야 한다. 이 정도 규모를 보장받기 위해서 영화는 고객의 기호와 다양성 측면보다는 스타 배우와 감독 등 히트가 보장되는 상업적 코드를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문제는 제작사·배급사들이 처한 경제성 문제에 기인한 바가 컸으나 UCC와 같은 인터넷을 통한 최근의 미디어 유통 경향은 제작·유통·배급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시킴으로써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의 실현을 가능케 했다.
미국에서 CD 음반을 가장 많이 파는 곳은 월마트다. 매장당 CD 4500장이 진열돼 있다. 반면에 어떤 유료 인터넷 음악 사이트에서는 약 150만곡을 서비스하고 있다. 다운로드 추이를 분석해보면 10만에서 80만번째로 랭크되는 음악의 다운로드 횟수가 전체 다운로드 횟수 중 15%를 꾸준히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인기 차트의 상위에 있는 음악 위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최소화한 월마트와 비록 소수의 고객이라도 그들이 찾는 음악을 서비스해주는 온라인 사이트 중에서 소비자는 결국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다양성으로 인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되고 있다.
올해 대부분의 리서치 기관에서 전망한 향후 3∼5년 기술 추이를 보면 별반 새로운 기술 키워드는 없다. 대신 현재의 프로세스와 인프라가 기업 비즈니스 성장과 생산성에 기여하고 있는지 검토하고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비쿼터스가 기업에 주는 의미는 새로운 기술과 솔루션을 적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다양성이 존재하는 사회, 정보가 넘치는 사회에서 적응할 빠른 기업, 인텔리전트 기업으로의 변신을 의미한다.
EA·IT거버넌스·SOA·BPM·ITSM·SLA 등이 지속적으로 회자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유비쿼터스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 서비스 중심의 빠르고 인텔리전트한 기업으로 혁신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이런 기술 키워드로 향후 3년까지 IT 운영 인프라를 최적화하기 위한 단계별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임수경 LG CNS 상무 sooklim@lgc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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